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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어떻게 무너졌나 — 기록보관소가 말해 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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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교과서에 실린 6일

이야기는 이렇게 요약됩니다. 1971년 여름, 스탠퍼드 심리학과 건물 지하에 가짜 감옥이 만들어졌습니다. 평범한 남자 대학생들이 동전 던지기로 교도관과 수감자에 배정됐습니다. 며칠 만에 교도관들은 잔혹해졌고 수감자들은 무너졌습니다. 2주 예정이던 실험은 6일 만에 중단됐습니다. 결론은 늘 같은 문장으로 끝납니다.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악한 상황이 평범한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심리학 개론서, 다큐멘터리, 두 편의 극영화, 그리고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사건의 재판정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2018년 이후, 이 이야기는 심리학에서 가장 유명한 붕괴 사례가 됐습니다.

논문으로 읽는 심리학 이번 편은 조금 다릅니다. 앞선 편들에서 무너진 것은 효과의 크기였습니다. 여기서 무너지는 것은 데이터가 만들어진 과정 자체입니다.

원 자료는 어디에 실렸나 — 24명, 그리고 작은 학술지

먼저 확인할 사실이 있습니다. 이 실험에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형태의 대표 논문이 없습니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것은 크레이그 헤이니(Craig Haney), 커티스 뱅크스(Curtis Banks),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가 1973년에 낸 보고서로, 게재지는 International Journal of Criminology and Penology라는 소규모 저널이었습니다. 심리학 최상급 학술지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설계는 이렇습니다.

  • 지역 신문에 광고를 냈습니다. "감옥 생활에 관한 심리학 연구에 참여할 남자 대학생 구함. 하루 15달러, 1주에서 2주."
  • 응답자 75명 중 면접과 검사를 거쳐 24명을 선발했습니다. 이들을 무작위로 교도관과 수감자에 배정했습니다.
  • 짐바르도 본인이 교도소장 역할을 맡았고, 대학원생 데이비드 재프(David Jaffe)가 교도관장을 맡았습니다.
  • 통제 집단은 없었습니다. 비교 대상 없이 한 집단에서 벌어진 일을 관찰한 시연에 가까웠습니다.

표본 24명, 통제 집단 없음, 실험자가 등장인물로 참여. 이 세 줄만으로도 이 연구가 왜 결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지는 이미 설명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에 밝혀집니다.

무작위 배정은 했지만, 지원자는 무작위가 아니었습니다

2007년, 토머스 카나한(Thomas Carnahan)과 샘 맥팔랜드(Sam McFarland)는 아주 단순한 검증을 설계했습니다. 두 종류의 신문 광고를 냈습니다. 하나는 짐바르도의 원문 그대로 "감옥 생활에 관한 심리학 연구"였고, 다른 하나는 "감옥"이라는 단어만 뺀 "심리학 연구"였습니다. 그리고 각 광고를 보고 지원한 사람들에게 성격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결과는 한 방향으로 정렬됐습니다. 감옥 광고를 보고 지원한 사람들은 공격성, 권위주의, 마키아벨리즘, 자기애, 사회적 지배 지향에서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받았고, 공감과 이타성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 발견의 의미는 정확히 짚어야 합니다. 짐바르도의 무작위 배정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 무작위 추첨이 벌어지기 전, 이미 지원자 풀이 걸러졌다는 것입니다. 실험 결과를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로 일반화하는 순간, 이 편향이 결론 전체를 갉아먹습니다. 표본이 아니라 표본이 만들어진 경로가 문제였습니다.

2018년, 기록보관소가 열리다 — 코칭과 연기

결정타는 프랑스의 연구자 티보 르 텍시에(Thibault Le Texier)에게서 나왔습니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이 보관 중이던 짐바르도의 원자료 — 녹음테이프, 회의 메모, 참가자 서신, 미공개 필름 — 를 직접 뒤졌고, 2018년 프랑스어 저서로, 2019년에는 American Psychologist 논문으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교도관들은 스스로 잔혹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험 시작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연구진은 수감자에게 무력감과 지루함, 자의적 통제, 사생활 없음을 느끼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했습니다. 녹음에는 재프가 소극적인 교도관 한 명을 붙잡고 더 강하게, 더 "터프하게" 굴어 달라고 설득하는 장면이 남아 있습니다. 요구 특성이 새어 든 정도가 아니라, 지시가 있었던 것입니다.

둘째, 이 실험의 가장 유명한 장면 — 수감자 8612번의 정신적 붕괴 — 에 대한 증언입니다. 당사자인 더글러스 코피(Douglas Korpi)는 훗날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이 연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대학원 시험 공부를 할 생각으로 지원했다가 책 반입이 막히자 나가고 싶어졌고, 나가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무너지는 연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 증언은 2018년 저널리스트 벤 블럼(Ben Blum)의 장문 기사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셋째, 교도관들의 행동은 균일하지 않았습니다. 잔혹하게 군 것은 일부였고, 상당수는 미온적이거나 수감자에게 호의적이었습니다. "교도관들이 변했다"는 요약은 이 분산을 지웁니다.

같은 설계, 다른 결과 — 2006년 BBC 감옥 실험

그렇다면 다시 해 보면 어떻게 될까요. 2001년 스티븐 라이커(Stephen Reicher)와 알렉산더 하슬람(Alexander Haslam)은 BBC와 함께 감옥 상황을 재구성하되, 교도관에게 어떤 행동 코칭도 하지 않고, 독립 윤리위원회의 감독 아래, 연구자가 등장인물로 개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2006년 British Journal of Social Psychology에 실렸습니다.

항목스탠퍼드(1971)BBC 감옥 연구(2006)
참가자24명15명
진행 기간6일(2주 예정)8일
교도관 지침무력감을 유발하라는 사전 주문행동 지침 없음
연구자 역할짐바르도가 교도소장 겸직외부 관찰, 윤리위원회 감독
결과교도관 일부가 가혹해짐교도관은 집단으로 결속하지 못함, 수감자가 결속해 체제가 무너짐
게재지소규모 범죄학 저널사회심리학 주요 학술지

BBC 연구의 교도관들은 자기 역할을 불편해했고 서로 합의된 규범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수감자들은 공동의 정체성을 형성해 권위에 도전했고, 며칠 만에 위계는 무너졌습니다. 흥미롭게도 그 뒤에 세워진 평등주의적 자치 체제도 실패했고, 그 실패 이후 일부 참가자가 더 강압적인 체제를 스스로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라이커와 하슬람이 끌어낸 결론은 짐바르도의 것과 방향이 다릅니다. 사람은 주어진 역할에 자동으로 흡수되지 않습니다. 잔혹함은 자신이 동일시하는 집단이 있고, 그 집단의 명분이 잔혹함을 정당화할 때 나타납니다. 그리고 대안 질서가 무너진 뒤의 무력감이 권위주의를 부릅니다. 역할 순응이 아니라 집단 동일시가 변수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상황의 힘은 남습니다 — 근거의 주소를 옮길 뿐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스탠퍼드 실험이 무너졌다고 해서 "상황은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상황의 힘을 지지하는 증거는 여전히 많습니다. 다만 그 증거의 주소가 다릅니다. 조건을 체계적으로 바꿔 가며 복종률이 0퍼센트에서 90퍼센트대까지 움직이는 것을 보여 준 것은 밀그램의 24개 변형 실험이고(밀그램 실험 재검토 편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집단 정체성과 명분이 행동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보여 준 것은 라이커와 하슬람 자신의 연구 프로그램입니다. 규칙, 익명성, 감시, 보상 구조가 행동을 바꾼다는 것은 조직 연구와 현장 실험에서 반복 확인된 사실입니다.

바뀌는 것은 문장의 형태입니다. "좋은 사람도 나쁜 상황에 들어가면 저절로 괴물이 된다"에서 "사람은 자신이 속했다고 느끼는 집단의 명분에 설득될 때 잔혹해질 수 있다"로. 후자가 덜 극적이지만, 실제로 개입할 지점을 알려 준다는 점에서 더 쓸모 있습니다. 저절로 벌어지는 일에는 손댈 곳이 없지만, 설득에는 반론이 가능하니까요.

버릴 것과 가져갈 것 — 좋은 이야기가 나쁜 증거를 살려두는 방식

버릴 것: 이 실험을 인간 본성의 증거로 인용하는 관행. 표본 24명, 통제 집단 없음, 실험자의 이중 역할, 교도관 사전 코칭, 지원자 자기선택 편향, 주요 장면에 대한 당사자의 연기 증언. 이 중 하나만 있어도 결론을 유보할 이유가 되는데, 여기에는 전부 있습니다. 조직 교육 자료나 발표 슬라이드에서 이 실험을 근거로 쓰는 것도 이제는 권하기 어렵습니다.

가져갈 것 1 — 무작위 배정은 지원자 풀까지 무작위로 만들어 주지 않습니다. 사내 실험이나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를 공고로 모집한다면, 배정을 아무리 공정하게 해도 "그 공고에 반응한 사람들"이라는 편향은 그대로 남습니다. 카나한과 맥팔랜드의 검증은 이 점을 광고 문구 한 줄 차이로 보여 준, 설계가 아름다운 연구입니다.

가져갈 것 2 — 좋은 이야기는 나쁜 증거를 오래 살려둡니다. 이 실험이 47년을 버틴 것은 데이터가 튼튼해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강력해서였습니다. 리처드 그릭스(Richard Griggs)가 2014년 개론서 13종을 조사했을 때, 비판을 의미 있게 다룬 책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교과서가 실험을 소개하고, 다큐멘터리가 교과서를 인용하고, 다시 그 유명세가 교과서 게재를 정당화하는 순환이 만들어졌습니다. 인용 횟수는 검증이 아닙니다.

가져갈 것 3 — 1차 자료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르 텍시에가 한 일은 새 실험이 아니라 기존 상자를 여는 것이었습니다. 스탠퍼드 실험 아카이브의 상당수 녹음은 수십 년간 공개되어 있었지만 아무도 끝까지 듣지 않았습니다. 심리학의 자정은 대규모 재검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누군가 원본을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원문 읽기 가이드

  • 원 보고서: Haney, C., Banks, W. C., & Zimbardo, P. G. (1973). Interpersonal dynamics in a simulated prison. International Journal of Criminology and Penology, 1, 69-97.
  • 자기선택 검증: Carnahan, T., & McFarland, S. (2007). Revisiting the Stanford prison experiment: Could participant self-selection have led to the cruelty?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3(5), 603-614.
  • 기록보관소 재구성: Le Texier, T. (2019). Debunking the Stanford prison experiment. American Psychologist, 74(7), 823-839.
  • 대안 연구: Reicher, S. D., & Haslam, S. A. (2006). Rethinking the psychology of tyranny: The BBC prison study. British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5(1), 1-40.
  • 교과서 실태: Griggs, R. A. (2014). Coverage of the Stanford prison experiment in introductory psychology textbooks. Teaching of Psychology, 41(3), 195-203.

읽기 팁: 순서는 Le Texier 2019부터 권합니다. 이 논문의 백미는 결론이 아니라 본문 중간에 인용된 녹취록 조각들입니다. 교도관장이 소극적인 교도관을 설득하는 대목을 직접 읽으면, 이후 어떤 요약도 예전처럼 읽히지 않습니다. 그다음 Reicher and Haslam 2006으로 넘어가 참가자들의 사회 정체성 지표가 날짜별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여 주는 시계열 그림을 보십시오. 두 감옥의 차이가 그 한 장에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