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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ju Kim
- @fjvbn20031
- 들어가며 — 이상해 보이는 일에는 대개 이유가 있다
- 1. "인센티브를 보여주면 결과를 말해 주겠다"
- 2. 뒤틀린 인센티브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
- 3. 굿하트의 법칙 —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 4. 시스템 사고 — 스톡, 플로우, 그리고 피드백
- 5. 강화 루프와 균형 루프
- 6. 2차 효과, 3차 효과 — 그다음에는?
- 7. 멱법칙과 파레토 원리 — 소수가 대부분을 좌우한다
- 8. 창발 — 전체는 부분과 다르게 움직인다
- 9. 레버리지 포인트 — 뻔한 해법이 자주 틀리는 이유
- 10. 복잡한 시스템이 요구하는 겸손
- 마치며 — 표면 아래를 읽는 습관
- 참고 자료
들어가며 — 이상해 보이는 일에는 대개 이유가 있다
뉴스를 보다 보면 세상은 자주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멀쩡한 회사가 자기 발등을 찍는 결정을 내리고, 좋은 의도로 만든 정책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는 장면도 흔하다.
그런데 한 걸음 물러서서 "누가, 무엇으로 보상받는가"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그림이 갑자기 선명해진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가 놓인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이상해 보이는 것은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을 만들어 내는 구조다.
이 글은 그 구조를 읽는 몇 가지 렌즈를 다룬다.
인센티브가 어떻게 조용히 행동을 지배하는지, 좋은 의도가 어떻게 뒤틀린 결과로 이어지는지, 측정하는 순간 지표가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살펴본다.
이어서 시스템 사고, 피드백 루프, 2차와 3차 효과, 멱법칙, 창발, 레버리지 포인트를 차례로 짚는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시스템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겸손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문 용어보다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면으로 설명하려 한다.
세상을 예측하는 마법 공식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건의 표면 아래에서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지를 조금 더 잘 보게 하려는 것이다.
1. "인센티브를 보여주면 결과를 말해 주겠다"
투자자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인센티브를 보여 달라, 그러면 결과를 말해 주겠다."
간단한 문장이지만, 세상을 읽는 강력한 첫 번째 도구다.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도덕성보다 그가 어떤 보상과 처벌 아래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는 뜻이다.
멍거는 페덱스의 오래된 일화를 즐겨 들었다.
야간 물류 허브에서 직원들이 아무리 독려해도 교대를 제시간에 끝내지 못했다.
시간당 임금으로 급여를 주는 한, 일을 빨리 끝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시급이 아니라 "교대 단위"로 급여를 지급하고, 끝나면 퇴근하도록 바꾸자 문제는 거의 사라졌다.
사람이 바뀐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가 바뀐 것이다.
인센티브는 말보다 강하다
조직은 흔히 벽에 가치를 써 붙인다.
"우리는 품질을 중시합니다", "우리는 협업을 존중합니다" 같은 문구다.
그러나 실제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벽에 붙은 문장이 아니라, 무엇이 승진과 보너스로 이어지는가다.
만약 개인 실적만으로 승진이 결정된다면, 아무리 "협업"을 외쳐도 사람들은 협업하지 않는다.
지표가 배포 속도만 보상한다면, 품질은 조용히 뒤로 밀린다.
인센티브와 공식 구호가 충돌할 때, 거의 언제나 인센티브가 이긴다.
그래서 어떤 조직이나 사회를 이해하려면, 선언문이 아니라 보상 구조를 읽어야 한다.
좋은 사람, 나쁜 구조
이 관점의 중요한 함의는, 나쁜 결과가 반드시 나쁜 사람에게서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도 뒤틀린 인센티브 아래에서는 나쁜 결과를 만든다.
반대로 좋은 인센티브는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좋은 결과를 끌어낸다.
물론 인센티브가 전부는 아니다.
사람은 돈과 지위뿐 아니라 자부심, 소속감, 의미 같은 무형의 보상에도 반응한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왜 그렇게 굴러가는지 막막할 때, "여기서 누가 무엇으로 보상받는가"라는 질문은 거의 언제나 좋은 출발점이 된다.
2. 뒤틀린 인센티브와 의도하지 않은 결과
인센티브가 강력하다는 말은, 잘못 설계된 인센티브가 강력하게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코브라 효과"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 델리에서, 당국은 독사인 코브라 수를 줄이려고 죽은 코브라 한 마리당 현상금을 걸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러나 곧 사람들은 현상금을 노리고 코브라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당국이 이를 눈치채고 현상금을 폐지하자, 이제 쓸모없어진 코브라들이 풀려나면서 야생 코브라는 오히려 늘어났다.
목표를 위해 만든 보상이, 정확히 그 목표를 악화시킨 것이다.
이처럼 문제를 줄이려는 보상이 오히려 문제를 부추기는 현상을 "코브라 효과"라 부른다.
측정할 수 있는 것과 원하는 것
뒤틀린 인센티브의 뿌리는 대개 하나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과, 우리가 보상하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는 "안전한 도시"를 원하지만 "적은 신고 건수"를 보상하고, 그러면 신고를 접수하지 않으려는 유인이 생긴다.
우리는 "건강한 코드베이스"를 원하지만 "높은 테스트 커버리지 숫자"를 보상하고, 그러면 아무것도 검증하지 않는 형식적 테스트가 늘어난다.
콜센터에서 "짧은 통화 시간"을 보상하면, 상담원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전화를 빨리 끊는다.
원하는 결과가 측정하기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측정되는 대체 지표를 최적화하고 진짜 목표는 뒤로 밀려난다.
스트라이샌드 효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정보의 세계에서도 나타난다.
2003년,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자기 저택이 찍힌 항공 사진을 인터넷에서 내리게 하려고 소송을 걸었다.
그 사진은 원래 해안 침식을 기록하는 방대한 자료의 일부였고, 소송 전에는 거의 아무도 보지 않았다.
그러나 소송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호기심이 폭발했고, 그 사진은 순식간에 수십만 명에게 퍼졌다.
무언가를 숨기려는 시도가 오히려 그것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현상을, 이 일화에서 따와 "스트라이샌드 효과"라 부른다.
두 사례의 교훈은 같다.
행동을 설계할 때는 "이것이 성공하면 어떻게 되는가"만큼이나 "사람들이 이 규칙에 어떻게 반응할까"를 물어야 한다.
3. 굿하트의 법칙 —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의 이름을 딴 굿하트의 법칙은 이렇게 요약된다.
"어떤 측정값이 목표가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좋은 측정값이 아니게 된다."
인류학자 매릴린 스트래선은 이를 널리 알려진 형태로 다듬었다.
핵심은 이렇다.
어떤 지표가 그저 현실을 반영하는 관찰값일 때는 유용하다.
그러나 그 지표 자체가 보상과 처벌의 기준이 되는 순간, 사람들은 현실이 아니라 지표를 조작하기 시작한다.
시험 점수라는 익숙한 예
학교 시험을 생각해 보자.
시험 점수는 원래 학생의 이해도를 재는 대리 지표다.
그런데 학교의 평가와 예산이 시험 점수에 걸리면, 수업은 "시험에 나오는 것"으로 좁아진다.
깊은 이해 대신 문제 유형 암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어떤 곳에서는 노골적인 부정행위까지 등장한다.
점수는 올라가지만, 정작 재려던 "이해도"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나빠진다.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지표와 현실 사이의 연결이 끊어진 것이다.
지표를 다루는 태도
굿하트의 법칙은 "지표를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지표 없이 큰 조직을 운영할 수는 없다.
다만 지표를 절대적 목표가 아니라, 언제든 왜곡될 수 있는 불완전한 신호로 다루라는 뜻이다.
하나의 숫자에 모든 보상을 걸면, 그 숫자는 반드시 왜곡된다.
그래서 서로를 견제하는 여러 지표를 함께 보고, 숫자 뒤의 실제 현실을 정성적으로 확인하며, 지표가 대리하려던 원래 목적을 잊지 않는 편이 낫다.
숫자는 지도이지 영토가 아니다.
지도를 예쁘게 칠하는 데 몰두하다 보면, 정작 가려던 곳에서 멀어질 수 있다.
4. 시스템 사고 — 스톡, 플로우, 그리고 피드백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하나의 더 큰 틀로 이어진다.
바로 시스템 사고다.
시스템 사고는 사건을 고립된 점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요소들의 관계 속에서 보는 방식이다.
이 분야의 고전은 도넬라 메도스의 저서 "시스템 사고"다.
메도스는 시스템을 세 가지 언어로 설명한다.
스톡, 플로우, 그리고 피드백 루프다.
스톡과 플로우
스톡은 어느 순간에 쌓여 있는 양이다.
욕조에 담긴 물, 은행 계좌의 잔고, 팀이 쌓아 둔 기술 부채, 사회의 신뢰 같은 것이다.
플로우는 그 스톡을 늘리거나 줄이는 흐름이다.
수도꼭지에서 들어오는 물과 배수구로 빠지는 물, 입금과 출금, 새로 생기는 부채와 갚는 부채다.
우리는 종종 스톡의 현재 수위에만 주목한다.
그러나 시스템의 진짜 움직임은 들어오는 플로우와 나가는 플로우의 균형에서 결정된다.
욕조의 물이 넘치는 이유는 물이 "많아서"가 아니라, 들어오는 양이 나가는 양보다 오래 컸기 때문이다.
부채가 쌓이는 이유도, 갚는 속도보다 새로 지는 속도가 꾸준히 빨랐기 때문이다.
개인을 탓하면 시스템을 놓친다
시스템 사고의 가장 실용적인 교훈은 이것이다.
반복해서 나쁜 결과가 나올 때, 대개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담당자를 바꿔도 같은 문제가 되풀이된다면, 그 자리 자체가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병목이 계속 생기는 프로세스, 늘 마감을 넘기는 팀, 좋은 사람이 들어와도 금세 지쳐 나가는 조직에는 대개 개인을 넘어선 구조적 원인이 있다.
물론 개인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구 잘못인가"라는 질문에만 머물면, 사람만 갈아 끼우고 구조는 그대로 남아 문제가 반복된다.
"이 구조는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 옮겨 가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5. 강화 루프와 균형 루프
시스템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피드백 루프다.
피드백 루프란, 시스템의 출력이 다시 입력으로 되돌아와 다음 행동에 영향을 주는 고리다.
루프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강화 루프와 균형 루프다.
강화 루프 — 눈덩이
강화 루프는 변화를 같은 방향으로 증폭시킨다.
많을수록 더 많아지고, 적을수록 더 적어진다.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가 대표적인 이미지다.
돈이 이자를 낳고 그 이자가 다시 원금이 되어 더 큰 이자를 낳는 복리가 강화 루프다.
인기 있는 콘텐츠가 더 많이 추천되어 더 인기를 끌고, 그 결과 더 많이 추천되는 것도 강화 루프다.
강화 루프는 성장과 붕괴 양쪽을 모두 만든다.
선순환이 될 수도,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
신뢰가 협력을 낳고 협력이 다시 신뢰를 키우는 것도, 불신이 방어를 낳고 방어가 다시 불신을 키우는 것도 같은 구조다.
균형 루프 — 온도조절기
균형 루프는 반대로 시스템을 특정 상태로 되돌리려 한다.
목표에서 멀어지면 다시 가까워지도록 밀어 준다.
방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온도조절기가 전형이다.
너무 추우면 난방을 켜고, 목표 온도에 이르면 끈다.
우리 몸이 체온과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시장에서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조정되는 것도 균형 루프다.
균형 루프는 안정을 만들지만, 때로는 우리가 바라는 변화를 가로막는 저항이 되기도 한다.
지연이 만드는 출렁임
루프에는 흔히 시간 지연이 끼어 있다.
행동과 결과 사이에 시간이 걸리면, 시스템은 과잉 반응과 과잉 교정을 반복하며 출렁인다.
샤워기 물 온도를 맞출 때를 떠올려 보자.
수도꼭지를 돌려도 온도 변화가 몇 초 늦게 오면, 우리는 성급하게 더 돌리고, 그러다 너무 뜨거워지면 또 급하게 반대로 돌린다.
경제의 호황과 불황, 재고의 과잉과 부족, 채용의 과열과 급랭에도 같은 지연이 숨어 있다.
시스템을 다룰 때는 "지금 반응이 없다"는 것이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6. 2차 효과, 3차 효과 — 그다음에는?
좋은 판단과 얕은 판단을 가르는 습관 하나는,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계속 묻는 것이다.
모든 행동에는 직접적인 1차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 1차 효과는 다시 2차, 3차 효과를 낳는다.
얕은 사고는 1차 효과에서 멈추고, 깊은 사고는 그 너머를 본다.
익숙한 예들
도시의 교통 체증을 풀려고 도로를 넓힌다고 하자.
1차 효과로 잠시 길이 뚫린다.
그러나 길이 좋아지자 더 많은 사람이 자가용을 끌고 나오고, 도시 외곽까지 개발이 번지면서, 몇 년 뒤 교통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이를 "유발 수요"라 부른다.
가격을 통제해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임대료 상한제도 비슷하다.
1차 효과로 기존 세입자의 부담이 준다.
그러나 2차 효과로 집주인들이 새 임대 주택 공급을 줄이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고, 3차 효과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살 만한 집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서 요점은 특정 정책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1차 효과만 보고 판단을 멈추면, 그 이후에 펼쳐지는 진짜 결과를 놓친다는 것이다.
좋은 것의 그늘, 나쁜 것의 반전
2차 효과는 방향을 뒤집기도 한다.
당장 좋아 보이는 일이 나중에 대가를 부르고, 당장 아파 보이는 일이 나중에 이득이 된다.
편리한 진통제가 남용으로 이어지고, 힘든 운동이 건강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그래서 결정을 내릴 때는 한 번 더 물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게 성공한다면,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결과에 사람들은 또 어떻게 반응할까?"
멀리까지 완벽히 내다볼 수는 없지만, 한두 단계만 더 생각해도 값비싼 실수를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
7. 멱법칙과 파레토 원리 — 소수가 대부분을 좌우한다
우리는 세상이 대체로 고르게 분포한다고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키나 몸무게처럼 평균 근처에 대부분이 몰리는 종 모양 분포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많은 시스템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소수가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크게 치우친 분포를 따른다.
이런 분포를 멱법칙이라 부른다.
80대 20의 법칙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100여 년 전, 이탈리아 토지의 약 80퍼센트를 인구의 약 20퍼센트가 소유하고 있음을 관찰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다른 영역에서도 비슷한 치우침이 반복된다는 데 주목했다.
여기서 "파레토 원리", 흔히 말하는 80대 20의 법칙이 나왔다.
결과의 대부분이 원인의 소수에서 나온다는 경험칙이다.
정확히 80과 20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핵심은 기여가 고르지 않고 크게 치우쳐 있다는 사실이다.
소수의 제품이 매출의 대부분을 만들고, 소수의 버그가 장애의 대부분을 일으키며, 소수의 도시가 인구의 대부분을 담는 식이다.
어디에 힘을 쏟을 것인가
파레토 원리는 강력한 실용적 함의를 준다.
모든 일이 똑같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메도스의 표현을 빌리면, "결정적인 소수"와 "사소한 다수"가 있다.
따라서 성과를 좌우하는 소수의 원인을 찾아 거기에 자원을 집중하는 편이, 모든 것에 골고루 힘을 나누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사소한 다수"가 언제나 무시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안전이나 신뢰처럼, 드물지만 치명적인 실패는 빈도가 낮아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파레토 원리는 우선순위를 잡는 도구이지, 나머지를 버려도 된다는 면죄부는 아니다.
8. 창발 — 전체는 부분과 다르게 움직인다
복잡한 시스템에는 신기한 성질이 있다.
부분을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봐도 전체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체 수준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이 성질을 "창발"이라 부른다.
개미 한 마리는 단순한 규칙 몇 개만 따르는 작은 존재다.
그러나 수만 마리가 모이면, 어떤 개미도 설계하지 않은 정교한 길과 집단 지능이 나타난다.
물 분자 하나에는 "젖음"이나 "물결" 같은 성질이 없다.
그러나 무수한 분자가 모이면 유동성과 파도가 창발한다.
개인의 합이 곧 사회는 아니다
창발의 관점은 사회를 볼 때 특히 유용하다.
교통 정체는 어느 한 운전자의 잘못이 아니라, 수많은 개별 결정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 내는 집단적 패턴이다.
시장의 가격, 도시의 문화, 인터넷의 유행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혼자 만들지 않았지만, 모두의 상호작용에서 저절로 떠오른다.
그래서 개인의 의도만으로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 하면 자주 빗나간다.
"왜 이런 문화가 생겼지?"라는 질문의 답은, 대개 한 사람의 결단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상호작용과 그것을 빚어낸 규칙에 있다.
아래에서 위로 보는 눈
창발을 이해하면, 큰 현상을 바꾸는 방법에 대한 감각도 달라진다.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창발적 패턴을 바꾸기 어렵다.
오히려 개별 행동을 지배하는 규칙과 상호작용의 방식을 바꿀 때, 전체 패턴이 서서히 다른 모양으로 떠오른다.
문화를 바꾸려면 구호를 외치기보다, 사람들이 매일 반응하는 작은 규칙과 인센티브를 바꾸는 편이 더 효과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9. 레버리지 포인트 — 뻔한 해법이 자주 틀리는 이유
시스템을 이해하는 목적 중 하나는, 어디를 건드려야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아는 것이다.
메도스는 이런 개입 지점을 "레버리지 포인트"라 불렀다.
작은 힘으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자리다.
그런데 메도스가 거듭 강조한 역설이 있다.
우리는 대개 레버리지 포인트를 직관적으로 찾아내지만, 미는 방향이 반대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낮은 레버리지와 높은 레버리지
가장 손이 가는 개입은 대개 숫자를 바꾸는 것이다.
예산을 조금 늘리고, 세율을 조금 조정하고, 인원을 몇 명 더한다.
이런 개입은 눈에 잘 보이고 실행하기 쉽지만, 시스템의 근본 구조를 바꾸지 못해 효과가 작을 때가 많다.
더 큰 레버리지는 정보의 흐름, 규칙, 인센티브의 구조에 있다.
누가 무엇을 볼 수 있고, 어떤 행동이 보상받는지를 바꾸면 시스템 전체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레버리지는 시스템의 목표 자체, 그리고 그 밑에 깔린 사고방식과 패러다임에 있다.
무엇을 성공으로 볼 것인가라는 정의가 바뀌면, 그 아래의 모든 것이 재배열된다.
증상이 아니라 구조를
여기서 흔한 실수가 나온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증상에 급히 반응하느라, 그 증상을 만들어 내는 구조는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다.
넘치는 물을 계속 퍼내면서 수도꼭지는 잠그지 않는 셈이다.
장애가 날 때마다 사람을 더 투입하지만 장애를 만드는 프로세스는 손대지 않고, 갈등이 터질 때마다 중재하지만 갈등을 낳는 구조는 그대로 두는 식이다.
진짜 레버리지는 대개 눈에 잘 띄지 않는 곳, 즉 규칙과 인센티브와 목표에 있다.
그래서 "가장 뻔한 해법"에 손이 갈 때일수록, 한 번 멈춰서 이것이 증상인지 구조인지를 물어볼 가치가 있다.
10. 복잡한 시스템이 요구하는 겸손
지금까지의 렌즈들은 세상을 더 잘 보게 해 준다.
그러나 그 렌즈들이 함께 가리키는 결론이 하나 있다.
복잡한 시스템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요소가 피드백 루프로 얽혀 있고, 지연이 끼어 있으며, 창발이 일어나는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1차 효과는 어느 정도 내다볼 수 있지만, 몇 단계 뒤의 결과는 안개 속에 있다.
통제의 환상을 경계하기
이 사실은 두 가지 태도를 함께 요구한다.
한편으로는, 그렇다고 손 놓고 운에 맡기라는 뜻이 아니다.
인센티브와 구조를 이해하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최소한 큰 실수는 줄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예측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경계해야 한다.
거대한 계획일수록,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일수록, 우리가 놓친 2차 효과가 클 수 있다.
실천의 지혜
그래서 복잡한 세계에서 현명하게 움직이는 방법은 대략 이렇다.
되도록 되돌릴 수 있는 작은 실험으로 시작하고, 결과를 관찰하며, 틀렸을 때 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하나의 예측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여유를 남겨 두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열어 두는 것이다.
아래는 하나의 강화 루프를 단순하게 그린 그림이다.
작은 시작이 어떻게 스스로를 키워 가는지를 보여 준다.
[ 신뢰 증가 ]
|
v
더 많은 협력 시도
|
v
더 나은 결과 경험
|
v
[ 신뢰 더 증가 ] ---> (다시 위로: 강화 루프)
이 고리는 방향에 따라 선순환도, 악순환도 된다.
시작점의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며 큰 격차로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치며 — 표면 아래를 읽는 습관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덜 무작위적이고, 동시에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덜 예측 가능하다.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사건 뒤에는 대개 나름의 논리가 있다.
누군가가 반응하는 인센티브, 그를 둘러싼 구조, 그리고 그 구조가 만들어 내는 피드백 루프다.
이 글에서 다룬 렌즈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센티브는 개별 행동을 이끌고, 그 행동들이 시스템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피드백 루프를 이루고, 그 루프에서 2차 효과와 창발적 패턴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서, 소수의 요인이 대부분의 결과를 좌우한다.
이 렌즈들은 답을 대신 내주지 않는다.
다만 더 나은 질문을 하게 해 준다.
"여기서 누가 무엇으로 보상받는가?"
"이 지표가 목표가 되면 무엇이 망가지는가?"
"이게 성공하면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이건 증상인가, 구조인가?"
이런 질문을 습관처럼 던지다 보면, 세상은 조금 덜 혼란스럽고 조금 더 이해할 만한 곳이 된다.
완전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표면 아래를 읽으려는 태도만으로도 우리는 더 신중하고 더 겸손한 판단에 다가설 수 있다.
생각할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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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속한 조직이나 팀에서, 벽에 붙은 가치와 실제 인센티브가 어긋나는 지점은 어디인가? 사람들은 결국 무엇으로 보상받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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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목표로 삼은 지표가 있는가? 그 지표가 "목표"가 되면서 왜곡되기 시작한 신호는 없는지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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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최근 내린 결정 하나를 골라, 1차 효과를 넘어 2차와 3차 효과까지 적어 보자. 놓치고 있던 반응이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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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삶에서 강화 루프(눈덩이)와 균형 루프(온도조절기)의 예를 각각 하나씩 찾아보자. 어느 쪽을 키우고 싶고, 어느 쪽을 늦추고 싶은가?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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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ella H. Meadows, "Thinking in Systems: A Primer" (Chelsea Green Publishing, 2008) — 스톡, 플로우, 피드백 루프, 레버리지 포인트를 다룬 시스템 사고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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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 Munger, "Poor Charlie's Almanack" (Stripe Press, 개정판 2023) — 인센티브가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힘에 관한 멍거의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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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hart's law", Wikipedia — https://en.wikipedia.org/wiki/Goodhart%27s_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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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bra effect", Wikipedia — https://en.wikipedia.org/wiki/Cobra_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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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isand effect", Wikipedia — https://en.wikipedia.org/wiki/Streisand_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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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eto principle" 및 Vilfredo Pareto, Wikipedia — https://en.wikipedia.org/wiki/Pareto_princi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