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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모델링 시작하기 — 폴리곤부터 첫 작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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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처음 3D 모델링을 접하면 화면에 떠 있는 회색 도형과 수많은 버튼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나 3D 모델링의 본질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공간에 점을 찍고, 점을 이어 선을 만들고, 선으로 면을 닫고, 그 면들을 모아 형태를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종이접기를 하거나 찰흙으로 형상을 빚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모든 작업이 수학적으로 정의된 좌표 공간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뿐입니다.

이 글은 3D 모델링을 처음 시작하는 분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가장 작은 단위인 버텍스에서 출발해, 형태를 만드는 여러 방식과 좋은 형태를 결정하는 토폴로지, 작업의 기반이 되는 좌표계, 그리고 실제 도구를 어떻게 익혀 나갈지를 차근차근 짚어 보겠습니다. 설명의 중심에는 무료이면서도 강력한 Blender를 두되, 다른 도구와의 관계도 함께 살펴봅니다.

처음에는 용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개념의 뼈대를 잡아 두면, 어떤 소프트웨어를 쓰든 같은 원리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도구는 바뀌어도 기초는 변하지 않습니다.

3D의 기본 개념: 버텍스부터 메시까지

3D 형태는 몇 가지 기본 요소가 위계를 이루며 만들어집니다. 이 위계를 이해하는 것이 모든 작업의 출발점입니다.

3D 메시의 구성 위계

  버텍스(Vertex)        하나의 점. 공간상의 좌표 (x, y, z)
        ▼  두 점을 이으면
  엣지(Edge)            두 버텍스를 잇는 선분
        ▼  엣지로 둘러싸면
  페이스(Face)          면. 보통 삼각형(tri) 또는 사각형(quad)
        ▼  면이 모이면
  폴리곤(Polygon)       하나 이상의 면으로 이루어진 다각형
        ▼  폴리곤이 모이면
  메시(Mesh)            전체 형태를 이루는 폴리곤의 집합
  • 버텍스(Vertex): 3D 공간의 한 점입니다. x, y, z 세 개의 숫자로 위치가 정해집니다. 모든 형태의 가장 작은 벽돌입니다.
  • 엣지(Edge): 두 버텍스를 잇는 선입니다. 형태의 윤곽과 흐름을 결정합니다.
  • 페이스(Face): 엣지로 둘러싸여 채워진 면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보는 표면은 모두 페이스로 이루어집니다.
  • 폴리곤(Polygon): 면을 일컫는 일반적인 표현입니다. 세 점으로 된 삼각형(triangle, tri), 네 점으로 된 사각형(quad)이 가장 흔합니다.
  • 메시(Mesh): 이 모든 폴리곤이 모여 이루는 하나의 완성된 형태입니다. 캐릭터든 건물이든 자동차든, 결국 메시 하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페이스의 모양에 따라 작업의 품질이 크게 달라집니다.

페이스 종류와 권장도

  삼각형(Tri)    ◢   3개 버텍스. 렌더링의 최종 단위. 항상 평면.
  사각형(Quad)   ▢   4개 버텍스. 모델링 작업의 표준. 흐름이 깔끔.
  엔곤(N-gon)    ⬠   5개 이상. 편하지만 변형·세분화 시 문제 유발.

  권장: 작업 중에는 사각형 위주, 최종 렌더는 내부적으로 삼각형 변환.

작업하는 동안에는 사각형(quad)을 중심으로 메시를 구성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사각형은 엣지의 흐름을 예측하기 쉽고, 세분화(subdivision)와 변형(deformation)에서 깔끔한 결과를 냅니다. 반면 다섯 변 이상의 엔곤(N-gon)은 당장은 편해 보여도 세분화나 애니메이션 단계에서 표면이 일그러지는 원인이 되곤 합니다.

모델링 방식: 만드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같은 형태라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어떤 결과물을 원하는지에 따라 적합한 방식이 달라집니다.

박스 모델링(폴리곤 모델링)

가장 기본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입니다. 정육면체 같은 단순한 도형에서 시작해, 면을 밀어내고(extrude), 자르고(loop cut), 옮기면서 점점 원하는 형태로 다듬어 갑니다. 단단한 표면을 가진 물체, 예를 들어 가구·건물·기계·소품 같은 하드 서피스(hard surface) 작업에 잘 맞습니다.

박스 모델링의 흐름

  [큐브]  ──extrude──▶  [덩어리 형성]  ──loop cut──▶  [디테일 분할]
                                                  bevel / inset
                                                  [완성된 형태]

디지털 스컬프팅

찰흙을 빚듯 표면을 밀고 당기며 형태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수십만에서 수백만 개의 폴리곤을 자유롭게 다루며, 유기적인 형태에 강합니다. 캐릭터의 얼굴, 근육, 생물, 주름이 많은 천처럼 자연스러운 곡면이 필요할 때 사용합니다. 다만 폴리곤 수가 매우 많아지므로, 이후 게임이나 영상에 쓰려면 리토폴로지(retopology)로 깔끔한 메시를 다시 만들어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절차적 모델링

마우스로 직접 점을 옮기는 대신, 규칙과 노드(node)로 형태를 생성하는 방식입니다. 반복되는 구조물, 도시, 식생, 패턴처럼 손으로 일일이 만들기 번거로운 대상에 강력합니다. Blender의 지오메트리 노드(Geometry Nodes)가 대표적입니다. 한 번 규칙을 만들어 두면 매개변수만 바꿔 다양한 변형을 빠르게 생성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방식의 적합 영역

  방식           강한 영역                예시
  ────────────   ─────────────────────    ──────────────────
  박스 모델링     하드 서피스, 정밀 구조     가구, 무기, 건물
  스컬프팅        유기체, 자연 곡면          캐릭터, 생물, 천
  절차적          반복·대규모·변형          도시, 숲, 패턴

실무에서는 이 세 가지를 섞어 씁니다. 캐릭터의 큰 형태는 스컬프팅으로 잡고, 갑옷 같은 단단한 부분은 박스 모델링으로 만들고, 배경의 군중이나 풀숲은 절차적으로 채우는 식입니다.

토폴로지와 엣지플로우: 보이지 않는 품질

겉으로 드러난 형태가 같아도, 내부의 폴리곤이 어떻게 흐르는지에 따라 모델의 가치는 크게 달라집니다. 이것을 **토폴로지(topology)**라고 부릅니다.

좋은 토폴로지의 핵심은 엣지플로우(edge flow), 즉 엣지가 형태의 곡면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입니다. 특히 캐릭터에서는 관절이 접히고 표정이 움직이는 부분에 엣지가 알맞게 배치되어 있어야 애니메이션에서 표면이 매끄럽게 변형됩니다.

좋은 토폴로지 vs 나쁜 토폴로지

  좋은 예 (사각형 흐름)        나쁜 예 (삼각형·엔곤 난립)

  ┌──┬──┬──┬──┐               ┌──┬─────┬──┐
  ├──┼──┼──┼──┤               ├──┘  ◢  └──┤
  ├──┼──┼──┼──┤               │  ◣     ◢  │
  └──┴──┴──┴──┘               └────┬─────┘

  - 균일한 사각형              - 크기 제각각, 변형 시 일그러짐
  - 예측 가능한 흐름           - 세분화 시 표면 깨짐
  - 변형에 강함               - 텍스처 늘어남

토폴로지를 다룰 때 알아 두면 좋은 개념이 몇 가지 있습니다.

  • 엣지 루프(Edge Loop): 끊김 없이 한 바퀴 도는 엣지의 띠입니다. 형태의 흐름을 정의하고, 관절처럼 접히는 곳에 추가로 넣어 줍니다.
  • 폴(Pole): 한 버텍스에 셋 또는 다섯 개의 엣지가 모이는 지점입니다. 흐름의 방향을 바꿀 때 생기며, 곡면 한가운데에 두면 표면이 우그러지므로 위치 선정이 중요합니다.
  • 서포트 엣지(Support Edge): 세분화 표면에서 모서리를 날카롭게 유지하기 위해 모서리 가까이에 넣는 보조 엣지입니다.

토폴로지는 초보자가 가장 늦게 신경 쓰는 부분이지만, 사실 모델의 수명을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형태만 비슷하게 만들고 흐름을 무시하면, 텍스처를 입히거나 움직이게 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문제가 드러납니다.

좌표계와 변환: 공간을 다루는 언어

3D 작업은 결국 공간 위에서 객체를 옮기고 돌리고 키우는 일입니다. 이를 정확히 하려면 좌표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3D 좌표계 (오른손 좌표계 예시)

         Z (위)
         └────────── X (오른쪽)
        /
       /
      Y (앞/뒤)

  * 축의 방향과 위/앞의 의미는 소프트웨어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Blender는 Z가 위, Y가 앞쪽을 향하는 관습을 씁니다.

변환(transform)에는 세 가지 기본 동작이 있습니다.

  • 이동(Translate): 객체를 한 방향으로 옮깁니다.
  • 회전(Rotate): 특정 축을 중심으로 돌립니다.
  • 크기(Scale): 객체를 키우거나 줄입니다.

여기서 초보자가 자주 혼동하는 두 가지 좌표 기준이 있습니다.

글로벌 vs 로컬 좌표

  글로벌(World)        로컬(Local)
  ───────────         ───────────
  씬 전체의 고정 축    객체 자신을 기준으로 한 축
  항상 같은 방향       객체가 회전하면 함께 회전

  예: 비행기가 기울어진 상태에서
      "위로" 이동
   - 글로벌: 하늘 방향(월드 Z)
   - 로컬: 기체의 머리 방향

또 하나 꼭 기억할 것은 **원점(origin/pivot)**입니다. 객체에는 각자 기준점이 있고, 회전과 크기 조절은 이 점을 중심으로 일어납니다. 원점이 엉뚱한 곳에 있으면 회전 시 객체가 예상치 못한 궤적으로 움직입니다. 작업 전에 원점을 형태의 중심이나 바닥에 맞춰 두면 이후 작업이 훨씬 수월합니다.

마지막으로 변환을 마쳤다면 **적용(apply)**을 습관화하세요. 크기를 1이 아닌 값으로 둔 채 작업을 이어 가면 모디파이어나 물리 시뮬레이션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구 지형: 어떤 소프트웨어를 쓸까

3D 도구는 종류가 많지만, 처음부터 모두 알 필요는 없습니다. 각 도구의 성격을 큰 그림으로 이해해 두면 충분합니다.

주요 3D 도구의 성격

  도구          강점                       비용/접근성
  ──────────    ───────────────────────    ─────────────
  Blender       종합(모델링·스컬프팅·       무료, 오픈소스
                애니메이션·렌더 통합)
  Maya          애니메이션·리깅 산업 표준    상용(영화/게임 스튜디오)
  3ds Max       건축·하드 서피스            상용(시각화 강세)
  ZBrush        고해상도 스컬프팅 특화       상용
  Substance     PBR 텍스처링 전문           상용
  Houdini       절차적·시뮬레이션 특화       상용(무료 학습판)

초보자에게는 Blender를 권합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무료이고, 모델링·스컬프팅·텍스처링·애니메이션·렌더링을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학습 자료가 방대하고 커뮤니티가 활발해 막혔을 때 답을 찾기 쉽습니다. 일단 Blender로 3D의 전체 흐름을 익힌 뒤, 필요에 따라 ZBrush나 Substance 같은 전문 도구를 더하는 것이 효율적인 길입니다.

각 도구의 정확한 기능과 단축키는 버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공식 문서를 함께 참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초보자 워크플로: 레퍼런스에서 디테일까지

좋은 모델은 무작정 손을 대는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검증된 작업 순서를 따르면 헤매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초보 모델링 워크플로

  1. 레퍼런스 수집
       │  실제 사진, 도면, 컨셉아트 모으기
  2. 블록아웃(Blockout)
       │  단순한 도형으로 비례와 실루엣 잡기
  3. 형태 다듬기
       │  덩어리를 세분화하며 큰 형태 정리
  4. 디테일 추가
       │  작은 요소, 표면 질감의 기반 만들기
  5. 토폴로지 정리(필요 시 리토폴로지)
       │  깔끔한 사각형 흐름으로 재구성
  6. UV·텍스처·렌더 단계로 인계

가장 중요한 것은 레퍼런스입니다. 머릿속 이미지만 믿고 시작하면 비례가 무너지기 쉽습니다. 만들려는 대상의 실제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모으고, 가능하면 정면과 측면 도면을 배경에 깔아 두고 작업하세요.

그다음은 블록아웃입니다. 처음부터 디테일에 매달리지 말고, 큰 덩어리로 전체 비례와 실루엣부터 맞춥니다. 멀리서 봤을 때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실루엣이 나오면 절반은 성공입니다. 디테일은 항상 큰 형태가 자리 잡은 뒤에 들어갑니다. 이 순서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작업의 완성도가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학습 로드맵

3D는 한 번에 모든 걸 잘하려 하면 지치기 쉽습니다. 단계를 나눠 차근차근 쌓아 가는 편이 멀리 갑니다.

단계별 학습 로드맵

  [1단계] 인터페이스와 기본 조작
     - 시점 이동, 선택, 이동/회전/크기
     - 간단한 소품 만들기 (컵, 의자, 상자)

  [2단계] 폴리곤 모델링 숙달
     - extrude, loop cut, bevel, inset
     - 하드 서피스 소품 완성하기

  [3단계] 토폴로지와 모디파이어
     - 엣지 흐름 의식하며 모델링
     - 서브디비전 표면, 미러 등 활용

  [4단계] 텍스처와 머티리얼 기초
     - UV 언래핑, 기본 PBR 재질 이해

  [5단계] 조명과 렌더
     - 라이팅 기초, 최종 이미지 출력

  [6단계] 관심 분야 심화
     - 캐릭터/환경/모션 등 한 방향 선택

각 단계에서 작은 작품을 하나씩 완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강의를 따라 보기만 하면 손에 남지 않습니다. 배운 기능으로 직접 무언가를 끝까지 만들어 보아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됩니다. 완성작이 쌓이면 그것이 곧 실력의 증거이자 다음 단계의 발판이 됩니다.

흔한 함정

처음 3D를 익히는 동안 거의 모든 사람이 비슷한 실수를 겪습니다. 미리 알아 두면 좌절을 줄일 수 있습니다.

  • 디테일 조급증: 큰 형태가 잡히기도 전에 작은 부분에 매달리는 실수입니다. 항상 큰 덩어리 → 중간 형태 → 디테일 순서를 지키세요.
  • 엔곤 방치: 다섯 변 이상의 면을 그대로 두면 세분화·변형 단계에서 표면이 깨집니다. 사각형 위주로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레퍼런스 무시: 기억에 의존한 비례는 거의 항상 어긋납니다. 자료를 곁에 두고 끊임없이 대조하세요.
  • 변환 미적용: 크기 값을 1이 아닌 채로 두면 이후 단계에서 버그처럼 보이는 문제가 생깁니다. 정리 단계에서 변환을 적용하세요.
  • 완성 회피: 새 프로젝트만 자꾸 시작하고 끝내지 않는 것입니다. 부족하더라도 하나를 끝까지 완성하는 경험이 가장 크게 성장시킵니다.
  • 도구 욕심: 여러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건드리면 어느 하나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먼저 하나(Blender)를 충분히 익히세요.

이 함정들은 대부분 "조급함"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됩니다. 3D는 누적의 예술입니다. 기본기를 충실히 다진 사람이 결국 멀리 갑니다.

핵심 편집 도구 익히기

폴리곤 모델링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몇 가지 편집 도구를 손에 익혀야 합니다. 이름은 도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개념은 어디서나 통합니다. 아래 도구들은 박스 모델링의 기본 어휘라고 보아도 좋습니다.

박스 모델링 핵심 편집 도구

  도구            하는 일                       흔한 쓰임
  ─────────────   ──────────────────────────    ──────────────
  Extrude(돌출)   면/엣지를 끌어내 새 형태 생성   기둥, 돌기, 팔다리
  Inset(인셋)     면 안쪽에 작은 면 만들기        버튼, 창틀, 테두리
  Bevel(베벨)     날카로운 모서리를 깎아 둥글게    실제 모서리 표현
  Loop Cut(루프컷) 메시를 한 바퀴 둘러 분할        디테일·관절 추가
  Knife(나이프)   원하는 선을 직접 그어 자르기     자유로운 절개
  Merge(병합)     여러 버텍스를 하나로 합치기      정리·구멍 메우기
  Subdivide(분할) 면을 더 작은 면으로 나누기        밀도 높이기

이 가운데 가장 자주 쓰는 셋을 꼽으라면 돌출·루프컷·베벨입니다. 돌출로 형태의 큰 줄기를 뽑아내고, 루프컷으로 필요한 곳에 분할을 더하고, 베벨로 모서리에 현실감을 줍니다. 실제 사물의 모서리는 완벽히 날카롭지 않고 미세하게 둥글기 때문에, 베벨로 모서리를 살짝 깎아 주는 것만으로도 모델이 훨씬 사실적으로 보입니다.

베벨이 사실감을 더하는 이유

  날카로운 모서리          베벨 적용 모서리
  (3D에서만 가능)          (현실에 가까움)

  │                        │
  │                        ╲
  └──────                   ╲──────
                            (가는 면이 빛을 받아 모서리가 보임)

  * 현실의 모든 모서리는 미세하게 둥글다.
    빛이 그 둥근 면에서 반사되어 모서리가 또렷이 인지된다.

도구를 외우려 하기보다는, 작은 물체를 하나 정해 그것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익히는 편이 빠릅니다. 예컨대 머그컵 하나에도 돌출(손잡이), 인셋과 베벨(테두리), 루프컷(곡면 분할)이 모두 들어갑니다.

작은 예제: 단순한 의자 만들기

개념만으로는 손에 잡히지 않으니, 가상의 워크플로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단순한 나무 의자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의자 만들기 단계

  1. 레퍼런스 배치
       의자 정면·측면 사진을 배경 이미지로 깔기

  2. 좌판 블록아웃
       큐브를 납작하게 눌러 좌판의 비례 잡기

  3. 다리 생성
       좌판 밑면의 네 모서리를 인셋 → 아래로 돌출
       → 다리 네 개 완성

  4. 등받이 추가
       좌판 뒤쪽 엣지를 위로 돌출 → 등받이 형성

  5. 모서리 베벨
       모든 날카로운 모서리에 약한 베벨 적용

  6. 정리
       변환 적용, 불필요한 엔곤 정리, 원점 바닥에 맞추기

이 과정에서 눈여겨볼 점이 있습니다. 다리 네 개를 따로 만들지 않고, 좌판이라는 하나의 큰 형태에서 인셋과 돌출로 뽑아냈다는 것입니다. 형태를 하나의 연결된 덩어리로 유지하면 비례를 조정하기 쉽고, 나중에 토폴로지도 깔끔하게 흐릅니다. 초보자는 종종 모든 부품을 따로 만들어 붙이려 하는데, 가능하면 큰 형태에서 끌어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의자처럼 명확히 분리된 부품(예: 금속 나사, 쿠션)은 따로 만드는 편이 합리적일 때도 있습니다. "하나로 유지할지, 나눌지"는 형태의 성격과 이후 용도에 따라 판단합니다. 정답이 하나는 아니지만, 처음에는 큰 형태를 최대한 이어 가는 연습이 토폴로지 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3D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자주 던지는 물음 몇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 그림을 못 그려도 3D를 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3D는 손그림과 다른 기술입니다. 다만 형태와 비례를 보는 눈, 빛과 재질을 관찰하는 습관은 공통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 수학을 잘해야 하나요? 기본적인 공간 감각이면 충분합니다. 좌표·변환의 개념을 이해하면 되고, 복잡한 수식을 직접 풀 일은 거의 없습니다.
  • 고사양 컴퓨터가 꼭 필요한가요?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는 일반적인 사양으로도 충분합니다. 스컬프팅이나 고해상도 렌더로 갈수록 사양이 중요해지지만, 기초 학습에는 큰 부담이 없습니다.
  • 얼마나 걸려야 잘하게 되나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꾸준히 작은 작품을 완성하다 보면 몇 달 안에 눈에 띄는 성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핵심은 시간보다 완성한 작품의 수입니다.
  • 무료 도구로 충분한가요? Blender만으로도 입문부터 고급 작업까지 모두 가능합니다. 상용 도구는 특정 분야의 효율을 높여 주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표면 법선과 셰이딩: 형태가 빛을 만나는 곳

모델이 화면에서 매끄럽게 보이는지 각지게 보이는지는 폴리곤 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각 면이 빛을 받는 방향, 즉 **법선(normal)**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결정적입니다. 법선은 면이 바라보는 방향을 가리키는 보이지 않는 화살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스무스 셰이딩 vs 플랫 셰이딩

  플랫(Flat)               스무스(Smooth)

  ╱│╲                       ╱─╲
 ╱ │ ╲   각 면이 또렷       ╱   ╲   면 경계가 부드럽게
╱  │  ╲  경계가 각짐       │     │  이어져 곡면처럼 보임
───┴───                   ╲___╱

  * 같은 메시라도 법선 처리 방식에 따라
    각져 보이거나 둥글어 보인다.
  • 플랫 셰이딩(Flat Shading): 각 면을 독립적으로 음영 처리해 면의 경계가 또렷이 드러납니다. 단단한 기계 부품이나 결정처럼 각진 느낌이 필요할 때 씁니다.
  • 스무스 셰이딩(Smooth Shading): 면 사이의 법선을 부드럽게 보간해, 적은 폴리곤으로도 곡면처럼 매끄럽게 보이게 합니다. 캐릭터의 피부나 매끈한 표면에 씁니다.

여기서 하나 더 알아 둘 것이 **노멀 방향(향)**입니다. 모든 면에는 앞면과 뒷면이 있고, 법선은 보통 바깥을 향해야 합니다. 어떤 면의 법선이 안쪽으로 뒤집혀 있으면(플립된 노멀), 그 부분이 검게 보이거나 빛을 거꾸로 받아 어색해집니다.

노멀이 뒤집힌 문제

  정상 (바깥을 향함)        뒤집힘 (안을 향함)

   ↑  ↑  ↑                   ↓  ↓  ↓
  ┌──────┐                  ┌──────┐
  │ 표면 │  빛 정상 반사     │ 표면 │  검게/이상하게 보임
  └──────┘                  └──────┘

  * Blender의 노멀 표시 기능으로 점검,
    재계산(Recalculate)으로 일괄 수정 가능.

초보자가 "표면이 까맣게 나오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할 때, 원인의 상당수가 바로 이 뒤집힌 노멀입니다. 대부분의 도구는 노멀을 한 번에 바깥으로 재계산하는 기능을 제공하므로, 이상한 음영이 보이면 가장 먼저 노멀부터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모델링 단계에서 이런 기본기를 챙겨 두면, 이후 텍스처와 렌더 단계에서 겪을 혼란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3D 모델링은 버텍스라는 작은 점에서 시작해 메시라는 완성된 형태에 이르는 여정입니다. 그 사이에는 형태를 만드는 여러 방식이 있고, 보이지 않지만 품질을 좌우하는 토폴로지가 있으며, 모든 작업의 기반이 되는 좌표계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다가와 벅차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어떤 도구를 쓰든 원리는 같습니다. 점을 이어 선을 만들고, 면을 닫아 형태를 빚는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Blender로 첫걸음을 떼고, 레퍼런스를 곁에 두고, 큰 형태부터 차근차근 쌓아 가며, 무엇보다 작은 작품 하나를 끝까지 완성해 보세요. 그 한 번의 완성이 다음 작품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다리가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만든 모델에 빛과 재질을 입히는 PBR 텍스처링과 렌더링의 세계를 다룹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