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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ju Kim
- @fjvbn20031
- 들어가며 — 콩깍지의 정체
- 세 가지 뇌의 시스템 — 헬렌 피셔의 지도
- 도파민 — 들뜸을 만드는 물질
-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 머무르게 하는 물질
- 콩깍지의 유통기한 — 왜 식는가
- 사랑의 신경과학, 그 작은 연표
- 여러 관점 — 환원과 경이 사이
- 일상으로 — 화학을 알고 사랑하기
- 마치며 — 시와 화학 사이에서
- 참고 자료
들어가며 — 콩깍지의 정체
누군가에게 막 빠졌을 때를 떠올려 봅시다. 휴대폰 화면에 그 사람의 이름이 뜨면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뜁니다. 잠이 줄어도 피곤하지 않고, 평소라면 거슬렸을 단점마저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우리말에는 이 상태를 가리키는 절묘한 표현이 있습니다. "콩깍지가 씌었다."
콩깍지라는 말에는 묘한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한편으로 시야를 가리는 무엇이고, 다른 한편으로 영원하지 않은 무엇입니다. 콩깍지는 언젠가 벗겨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압니다. 그 뜨거움이 처음 그대로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오랫동안 사랑은 시인과 음악가, 철학자의 영토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신경과학자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 안에 사랑에 빠진 사람을 눕히고, 연인의 사진을 보여 주며 뇌가 어디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한 것입니다. 그렇게 모인 그림은 놀라울 만큼 일관됩니다. 사랑은 분명 마음의 일이지만, 동시에 뇌 속에서 벌어지는 정교한 화학 반응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그 화학 반응을 따라가는 여정입니다. 도파민이 만들어 내는 들뜸, 옥시토신이 빚어내는 깊은 애착, 그리고 콩깍지의 유통기한이 왜 존재하는지를 살펴봅니다. 다만 미리 약속을 하나 해 두고 싶습니다. 사랑을 화학으로 환원해 버리려는 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무지개를 빛의 굴절로 설명한다고 해서 무지개가 덜 아름다워지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메커니즘을 안다고 해서 사랑이 덜 신비로워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세 가지 뇌의 시스템 — 헬렌 피셔의 지도
사랑을 신경과학의 언어로 풀어낸 대표적 인물은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Helen Fisher)입니다. 그는 사랑을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형성된 세 개의 독립적인 뇌 시스템으로 보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 시스템이 반드시 한 사람을 향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속도로 작동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1. 욕정(Lust) — 번식을 향한 충동
첫 번째 시스템은 성적 욕구, 즉 욕정입니다. 주로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 같은 성호르몬이 관여합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욕정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짝짓기 상대를 찾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욕정은 특정 대상에게만 향하지 않고, 비교적 넓게 작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 끌림(Attraction) — 한 사람에게 사로잡히다
두 번째 시스템이 바로 우리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때의 그 상태, 낭만적 끌림입니다. 여기서 핵심 배우는 도파민입니다. 끌림 단계에서는 한 사람에게 에너지가 집중되고, 그 사람을 향한 강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욕정이 "누군가"를 원한다면, 끌림은 "바로 그 사람"을 원합니다.
3. 애착(Attachment) — 함께 머무르는 평온
세 번째 시스템은 애착입니다. 격렬한 끌림이 가라앉은 뒤에도 두 사람을 곁에 머물게 하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유대입니다. 여기서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중심 역할을 합니다. 진화적으로 애착은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울 만큼 오래 곁에 머물도록 돕는 장치였다고 설명됩니다.
피셔의 모델이 매력적인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사랑의 복잡함을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오랜 반려자에게 깊은 애착을 느끼면서도 다른 누군가에게 욕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시스템들이 부분적으로 독립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어떤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인간의 마음이 단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러 줄 뿐입니다.
도파민 — 들뜸을 만드는 물질
낭만적 끌림의 한가운데에는 도파민이 있습니다. 도파민은 흔히 "쾌락 물질"로 불리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보상 예측"과 "동기 부여"의 물질입니다. 도파민은 우리가 무언가를 얻었을 때보다, 무언가를 얻게 되리라 기대할 때 더 활발하게 분비됩니다. 바로 이 지점이 사랑의 초기 단계를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뇌과학자 루시 브라운(Lucy Brown), 헬렌 피셔 등이 진행한 fMRI 연구에서, 갓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연인의 사진을 보여 주자 복측피개영역(VTA)이라 불리는 뇌 부위가 환하게 켜졌습니다. VTA는 도파민을 생산하는 보상 회로의 핵심 거점입니다. 흥미롭게도 이곳은 음식이나 다른 강한 보상에 대한 갈망에서도 활성화되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일부 연구자들은 사랑의 초기 상태를 일종의 강렬한 동기 부여 상태, 즉 "그 사람을 향한 집중된 갈망"으로 묘사합니다.
도파민이 만들어 내는 효과의 목록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증상 목록과 놀랍도록 겹칩니다. 넘치는 에너지, 줄어든 수면 욕구, 식욕 변화, 들뜬 기분, 그리고 한 사람에게로 향하는 강박적 집중. 이른바 콩깍지의 생화학적 정체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파민이 활발할 때 우리는 상대의 좋은 점에 보상을 느끼고, 그 보상을 계속 좇으며, 그 과정에서 단점은 흐릿해집니다.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 두근거림과 집착
도파민 혼자만의 무대는 아닙니다. 노르에피네프린(노르아드레날린)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손바닥에 땀이 나게 하며, 그 사람과의 사소한 순간까지 또렷이 각인시킵니다. 첫 데이트의 장면이 유난히 선명하게 기억나는 데에는 이런 까닭이 있습니다.
한편 세로토닌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1999년 이탈리아의 도나텔라 마라치티(Donatella Marazziti) 연구팀은 막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혈중 세로토닌 수치가, 강박장애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수준과 비슷하게 낮아져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강박적 양상이 나타나는데, 세로토닌의 변화가 이와 관련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다만 이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연구였고 이후 결과가 항상 일관되게 재현된 것은 아니므로, 단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흥미로운 단서로 이해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 머무르게 하는 물질
들뜸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도파민이 빚어내는 강렬한 각성 상태를 평생 유지한다면 우리는 일상을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요. 끌림의 불꽃이 잦아드는 자리에 천천히 자라나는 것이 바로 애착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있습니다.
옥시토신은 흔히 "포옹 호르몬" 또는 "유대 호르몬"이라 불립니다. 출산과 수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신체적 접촉과 친밀한 교감에서도 분비됩니다. 포옹, 손을 잡는 일, 오래 나누는 대화 같은 행위가 두 사람 사이의 결속을 다지는 데에는 이런 생화학적 바탕이 있습니다. 옥시토신은 신뢰와 안정감,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편안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바소프레신은 특히 장기적 유대와 관련해 자주 언급됩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프레리들쥐(prairie vole) 이야기입니다.
프레리들쥐가 알려 준 것
들쥐의 세계에는 흥미로운 대조가 있습니다. 프레리들쥐는 한 번 짝을 맺으면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새끼를 함께 돌보는, 이른바 일부일처에 가까운 행동을 보입니다. 반면 가까운 친척인 산악들쥐(montane vole)는 그런 유대를 거의 형성하지 않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차이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수용체가 뇌의 보상 회로에 어떻게 분포하는지와 관련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구는 무척 유명하지만, 해석에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들쥐의 짝 결속을 인간의 사랑과 곧바로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관계에는 문화, 언어, 기억, 약속, 의지 같은 수많은 층위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작은 설치류의 이야기는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일깨워 줍니다. 누군가와 오래 함께 머무르려는 마음에도 생물학적 토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콩깍지의 유통기한 — 왜 식는가
이제 가장 현실적인 질문에 도달했습니다. 그토록 강렬하던 끌림은 왜 영원하지 않을까요. 흔히 말하는 콩깍지의 유통기한, 그 과학적 근거는 무엇일까요.
많은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은 비슷합니다. 격렬한 낭만적 사랑의 신경화학적 강도는 대체로 시간이 흐르며 잦아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인용되는 표현으로 그 절정의 기간을 길게 잡아 일이 년에서 삼 년 정도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사람과 관계에 따라 크게 다른,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그림입니다. 정확히 몇 개월이라는 식의 단정은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적어도 두 가지 메커니즘이 거론됩니다. 하나는 신경 적응, 즉 익숙해짐입니다.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뇌의 반응은 점차 무뎌집니다. 처음 들었을 때 전율하던 노래도 백 번 들으면 평범해지듯, 도파민 회로 역시 새로움이 사라지면 처음만큼 강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시스템의 전환입니다. 끌림의 도파민 중심 상태에서 애착의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중심 상태로 무게중심이 옮겨 가는 것입니다.
여기서 오해를 경계해야 합니다. 콩깍지가 벗겨진다는 것은 사랑이 끝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이 다른 형태로 옮겨 간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심리학에서는 흔히 초기의 뜨거운 사랑을 열정적 사랑(passionate love), 시간이 지나며 자라는 깊고 안정적인 사랑을 동반자적 사랑(companionate love)이라 구분합니다. 콩깍지의 유통기한이란 사랑의 종말이 아니라,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의 이행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비교 — 열정적 사랑과 동반자적 사랑
| 구분 | 열정적 사랑 | 동반자적 사랑 |
|---|---|---|
| 주요 물질 |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
| 느낌 | 들뜸, 강박, 두근거림 | 안정, 신뢰, 편안함 |
| 지속 | 비교적 짧고 강렬 | 비교적 길고 잔잔 |
| 비유 | 타오르는 불꽃 | 따뜻한 잉걸불 |
| 진화적 역할 | 짝을 향한 집중 | 함께 머무르며 양육 |
이 표는 어디까지나 단순화한 그림입니다. 실제 관계에서는 두 형태가 깔끔하게 나뉘지 않고 서로 섞이며, 오래된 관계에서도 열정의 불꽃이 다시 일기도 합니다. 새로운 경험을 함께하면 도파민 회로가 다시 자극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낯선 일에 도전할 때 관계에 활기가 도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의 신경과학, 그 작은 연표
사랑을 과학으로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큰 흐름을 짚어 보겠습니다.
[19세기 후반] 진화론의 영향 — 짝짓기와 끌림을 자연선택의 틀에서 사유 시작
[1970년대] 심리학에서 사랑의 유형 구분 논의 본격화
(열정적 사랑 vs 동반자적 사랑)
[1990년대] 프레리들쥐 연구로 옥시토신, 바소프레신과
짝 결속의 연관성 주목
[1999년] 마라치티 연구팀, 낭만적 사랑과 세로토닌 변화의
유사성 보고
[2000년대] fMRI로 사랑에 빠진 뇌 직접 관찰
(브라운, 피셔 등 — VTA 등 보상 회로 활성)
[현재] 애착, 보상, 사회적 인지의 통합적 모델로 발전
단정보다 신중한 해석이 강조됨
연표를 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사랑의 과학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사랑에 빠진 뇌에서 어떤 부위가 켜지는지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지만, 그 신경 활동이 어떻게 우리가 느끼는 그 절절한 감정으로 변환되는지는 여전히 깊은 수수께끼입니다.
여러 관점 — 환원과 경이 사이
사랑을 화학으로 설명하는 일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두 갈래로 반응합니다.
한쪽에서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사랑이 결국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에 불과하다면, 우리의 가장 고귀한 감정조차 한낱 생화학적 속임수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런 불편함은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누구도 자신의 사랑이 "그저 도파민일 뿐"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다른 쪽에서는 오히려 경이를 느낍니다. 무지개의 정체가 빛의 굴절임을 안다고 해서 노을 앞에서 느끼는 감동이 사라지지 않듯, 사랑의 메커니즘을 안다고 사랑의 가치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관점입니다. 시인 존 키츠는 뉴턴이 무지개를 프리즘으로 설명함으로써 무지개의 시정을 풀어 헤쳤다고 아쉬워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정반대로 말합니다. 메커니즘을 알수록 그 정교함 앞에서 느끼는 경이가 더 깊어진다고.
여기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결국 각자의 몫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설명의 층위와 경험의 층위는 서로 다른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사실과, 그 사랑이 한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가 하는 물음은 같은 평면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화학은 사랑이 일어나는 무대를 설명하지만, 그 무대 위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까지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현대적 함의 — 알약으로 사랑을 만들 수 있을까
신경화학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레 따라오는 상상이 있습니다. 사랑의 물질을 직접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옥시토신을 코로 흡입하면 더 깊은 유대를 느낄 수 있을까. 식어 버린 관계에 도파민을 더해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옥시토신이 신뢰나 친사회적 행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있긴 하지만, 결과는 맥락과 개인,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일관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단순히 옥시토신을 투여한다고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식의 일은 과학이 보여 준 그림과는 거리가 멉니다. 사랑은 단일한 물질의 농도 문제가 아니라, 여러 시스템과 기억, 경험, 관계의 맥락이 얽힌 복합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윤리적 물음도 따라붙습니다. 만약 어떤 약으로 사랑의 감정을 인위적으로 강화하거나 약화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자유의지를 돕는 일일까요, 아니면 침해하는 일일까요. 이런 질문에는 손쉬운 답이 없습니다. 다만 이런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랑이 단지 화학이 아니라 의미와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일상으로 — 화학을 알고 사랑하기
사랑의 신경화학을 안다고 해서 우리가 사랑을 더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몇 가지 작은 위안과 통찰은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첫째, 콩깍지가 벗겨지는 것은 고장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처음의 들뜸이 잦아들었다고 해서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더 깊고 단단한 사랑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둘째, 애착은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옥시토신이 신체적 접촉과 교감에서 분비된다면, 함께 보내는 시간과 다정한 손길은 그 자체로 관계를 가꾸는 일입니다. 오래된 사이일수록 작은 다정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셋째, 새로움은 활력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늘 같은 일상이 관계를 무디게 한다면, 함께 낯선 경험에 도전하는 일은 잠들어 있던 도파민 회로를 다시 깨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일반적인 경향에 관한 이야기이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처방은 아닙니다. 사람과 관계는 저마다 다르며, 마음의 어려움이 깊을 때는 과학적 일반론보다 곁에 있는 사람과의 솔직한 대화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마치며 — 시와 화학 사이에서
다시 처음의 콩깍지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 조상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흐려진 눈을 콩깍지라는 말로 절묘하게 포착했습니다. 그들은 도파민도 옥시토신도 몰랐지만, 그 들뜸이 시야를 가린다는 것도, 언젠가 그 깍지가 벗겨진다는 것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 콩깍지의 화학적 이름을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름을 안다고 해서 사랑이 덜 사랑스러워지지는 않습니다. 봄에 피는 꽃의 화학식을 안다고 해서 꽃이 덜 아름다워지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진실은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화학으로 빚어진 존재이면서, 동시에 그 화학을 넘어서는 의미를 만들어 내는 존재라는 것. 도파민은 우리를 한 사람에게로 이끌지만, 그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는 도파민이 정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생각할 거리
- 사랑을 화학으로 설명하는 일이 당신에게는 위안으로 다가옵니까, 아니면 불편함으로 다가옵니까.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열정적 사랑과 동반자적 사랑 중 당신은 어느 쪽을 더 귀하게 여깁니까. 둘은 정말 다른 것일까요.
- 만약 사랑의 감정을 조절하는 약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사용할 의향이 있나요. 어떤 경우에 그렇고, 어떤 경우에 그렇지 않을까요.
짧은 퀴즈
아래는 본문 내용을 정리하는 가벼운 퀴즈입니다. 머릿속으로 답을 떠올린 뒤 정답을 확인해 보세요.
- 낭만적 끌림의 초기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은 무엇일까요.
- "포옹 호르몬" 또는 "유대 호르몬"이라 불리며 애착에 관여하는 물질은 무엇일까요.
- 헬렌 피셔가 제시한 사랑의 세 시스템은 무엇무엇일까요.
- 짝 결속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일부일처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작은 설치류는 무엇일까요.
정답: 1번은 도파민입니다. 2번은 옥시토신입니다. 3번은 욕정, 끌림, 애착입니다. 4번은 프레리들쥐입니다.
참고 자료
- Britannica, "Helen Fisher (American anthropologist)" —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Helen-Fisher
- Britannica, "Oxytocin" — https://www.britannica.com/science/oxytocin
- Britannica, "Dopamine" — https://www.britannica.com/science/dopamine
- Aron, A. et al., "Reward, Motivation, and Emotion Systems Associated With Early-Stage Intense Romantic Love," Journal of Neurophysiology —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3936010/
- Marazziti, D. et al., "Alteration of the platelet serotonin transporter in romantic love," Psychological Medicine (1999) — https://pubmed.ncbi.nlm.nih.gov/10405096/
- Young, L. J. and Wang, Z., "The neurobiology of pair bonding," Nature Neuroscience — https://www.nature.com/articles/nn1327
-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Love" — https://plato.stanford.edu/entries/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