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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ju Kim
- @fjvbn20031
빈 곳
리스보아의 골목 깊숙한 곳, 생선 비린내와 타르 냄새가 뒤섞인 거리의 끝에 마티아스의 작업실이 있었다.
그곳은 낮에도 어두웠다. 창이 하나뿐이었고, 그 창마저 바다 쪽이 아니라 좁은 안뜰을 향해 나 있었기 때문이다. 마티아스는 그 점을 늘 아쉬워했다. 바다를 그리는 사람의 방에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쩐지 운명의 농담 같았다.
방 안에는 양피지와 잉크 냄새가 배어 있었다. 벽에는 완성된 지도와 미완성의 지도가 어지러이 걸려 있었고, 선반에는 항해 일지와 낡은 해도, 그리고 먼 곳에서 온 작은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누군가 선물한 산호 한 조각, 어느 항해사가 두고 간 나침반, 이름 모를 나무로 깎은 작은 배. 그것들은 마티아스가 가 보지 못한 세상의 부스러기들이었다. 그는 일을 하다 막힐 때면 그 물건들을 손에 쥐어 보곤 했다. 마치 그것들을 통해, 자신이 닿지 못한 먼 해안의 공기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특히 그 작은 나무배는 마티아스가 아끼는 물건이었다. 어느 늙은 항해사가 죽기 전 그에게 남긴 것이었다. "내가 가 본 바다를 다 그려 줘서 고맙소." 항해사는 그렇게 말하며 그 배를 건넸다. "당신 덕분에 내가 본 것들이 종이 위에 남았구려. 내가 죽어도, 그것들은 거기 있겠지." 마티아스는 그때 처음으로, 자신의 일이 단지 선을 긋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는 사람들의 기억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사라질 뻔한 것들을, 종이 위에 붙들어 두는 사람.
작업대 위에는 양피지가 펼쳐져 있었다. 가장자리는 그가 수백 번 다듬은 해안선으로 가득했다. 익숙한 곶, 익숙한 만, 익숙한 강어귀. 누군가 다녀와서 일러 준 것들, 책에 적힌 것들, 늙은 항해사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흘린 이야기들. 그 모든 것이 가느다란 갈색 선이 되어 종이 위에 내려앉았다.
마티아스의 손은 느렸다. 그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한 선을 긋기 전에 그는 그 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따졌다. 누가 그곳을 보았는가. 그 사람은 한 번 보았는가, 여러 번 보았는가. 다른 사람도 같은 것을 보았는가. 이야기와 이야기가 어긋날 때면, 그는 둘 중 어느 것도 함부로 믿지 않고, 어긋남 자체를 종이 한구석에 작게 적어 두었다. 그래서 그의 지도는 더디게 자랐지만, 자란 만큼은 단단했다.
부둣가의 항해사들은 그를 두고 농을 던지곤 했다. "마티아스의 지도는 좁다. 하지만 마티아스의 지도를 따라가면 적어도 바위에 부딪혀 죽지는 않는다." 그것은 농담이었으나, 칭찬이기도 했다. 더디고 좁은 지도. 그러나 거짓이 없는 지도.
그러나 종이의 한가운데는 비어 있었다.
마티아스는 매일 그 빈 곳을 바라보았다. 다른 지도 제작자들은 그곳에 무엇이든 그려 넣었다. 어떤 이는 거대한 물고기를, 어떤 이는 바람을 부는 천사의 얼굴을, 또 어떤 이는 라틴어 글귀를 적어 넣었다. "여기에 사자가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적는 대신, 그들은 빈 곳을 장식으로 덮었다.
마티아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빈 곳을 빈 곳으로 두었다.
"왜 그냥 비워 두나?" 한번은 옆 골목의 늙은 제작자 도밍구스가 물었다. "손님들은 가득 찬 지도를 좋아하는데. 비어 있으면 게으르다고 여긴단 말일세."
"비어 있는 것이 거짓보다는 정직하지요." 마티아스는 대답했다. "제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적으면, 그 지도를 믿은 누군가가 길을 잃습니다. 차라리 비워 두면, 적어도 그곳이 미지의 땅임은 알 테니까요."
도밍구스는 코웃음을 쳤다. "정직이 밥을 먹여 주던가."
마티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 빈 곳이야말로 그를 밤마다 잠 못 들게 하는 것이며, 동시에 그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견습 시절
마티아스가 처음 펜을 잡은 것은 열두 살 때였다.
그는 본래 항해사가 되고 싶었다. 부둣가에서 자란 아이들이 다 그렇듯, 그도 떠나는 배를 보며 자랐다. 돛이 부풀고, 밧줄이 팽팽해지고, 사람들이 손을 흔드는 광경.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견딜 수 없이 설레게 했다.
그러나 그는 바다에 약했다. 작은 배에 오르기만 해도 속이 뒤집혔고, 파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갑판에 엎드려 신음했다. 한 늙은 선장이 그를 보며 혀를 찼다. "얘야, 너는 바다를 사랑하지만 바다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그 말은 어린 마티아스에게 깊은 상처가 되었다. 사랑하는 것에게 거절당하는 것만큼 쓰라린 일은 없으니까.
그를 거둔 것은 늙은 지도 제작자 엔히크였다. 엔히크는 한쪽 눈이 멀고 손이 떨리는 노인이었지만, 그의 작업실에는 세상의 모든 해안이 모여 있었다. 마티아스가 처음 그 방에 들어섰을 때, 그는 숨이 멎는 듯했다. 벽마다 걸린 지도들 위에서, 그가 결코 가 보지 못할 곳들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바다에 못 나가도 괜찮다." 엔히크가 말했다. "지도를 그리는 사람은 갑판이 아니라 종이 위에서 항해하니까. 그리고 종이 위에서는, 멀미를 하지 않지."
그 말에 마티아스는 눈물이 날 뻔했다. 바다가 자신을 거절한 줄 알았는데, 바다에 닿는 다른 길이 있었던 것이다. 갑판이 아니라 종이. 발이 아니라 손.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본 사람의 이야기를 받아 적는 것. 그것은 영광스러운 길은 아니었으나, 마티아스에게는 충분히 신비로운 길이었다.
마티아스는 그날부터 종이 위에서 항해하는 법을 배웠다.
엔히크는 엄격했다. 그는 마티아스가 선 하나를 잘못 그을 때마다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가리켰다. "이 선이 무엇을 근거로 하느냐? 누가 거기 다녀왔느냐?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느냐? 너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을 그린다. 그러니 적어도, 네가 무엇을 근거로 긋는지는 알아야 한다."
"근거를 알 수 없을 때는요?" 어린 마티아스가 물었다.
엔히크는 한참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그럴 때는, 긋지 마라.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순간, 너는 지도 제작자가 아니라 거짓말쟁이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거짓말은, 지도 위의 거짓말이다. 그것을 믿고 배가 떠나니까."
마티아스는 그 말을 평생 잊지 않았다. 엔히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떨리는 손가락이 가리키던 빈 곳을 그는 늘 기억했다. 그가 빈 곳을 빈 곳으로 두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스승에게 한 약속 같은 것이었다.
엔히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마티아스에게 남긴 말이 있었다.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마티아스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평생 후회하는 것이 하나 있다. 젊은 시절, 어느 손님의 성화에 못 이겨 보지 못한 섬을 또렷이 그린 적이 있었지. 그 섬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선은 너무 또렷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믿었어. 몇 척의 배가 그 섬을 찾아 헤맸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밤마다 그 배들이 꿈에 나온다. 마티아스, 네 선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마라. 종이 위의 한 점이, 바다 위에서는 한 사람의 목숨이 된다."
그것이 스승의 유언이었다. 마티아스는 그 말을 가슴에 새겼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또렷이 그리지 않았다.
손님
그날 오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자 햇빛 속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옷차림은 단정했으나 사치스럽지 않았고, 손에는 가죽으로 싼 두루마리를 들고 있었다. 얼굴은 햇볕에 그을려 있었다. 바다 사람의 얼굴이었다.
"마티아스 선생이신가." 남자가 물었다.
"그렇습니다만."
"당신이 그린 지도를 보았소. 남쪽 항로 말이오." 남자는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다른 자들과 다르더군. 다른 자들은 그럴듯하게 채워 넣었는데, 당신 지도에는 빈 곳이 있었소. 나는 그 빈 곳 때문에 당신을 찾아왔소."
마티아스는 의아했다. "빈 곳은 흠으로 여겨지는 법인데요. 손님들은 대개 그것을 보고 돌아섭니다."
"나는 손님이 아니라 항해사요." 남자가 말했다. "항해사는 안다오. 종이 위의 거짓이 바다 위에서 어떤 일을 벌이는지를. 가득 찬 지도가 나를 죽일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소. 그래서 나는 빈 곳을 솔직히 비워 둔 당신을 믿기로 했소.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아는 것은 정직하게 말할 테니까."
마티아스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빈 곳을 흠이 아니라 정직으로 읽어 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는 남자를 다시 보았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 속에서, 오래 바다를 본 사람만이 가지는 깊은 눈이 그를 마주 보고 있었다.
마티아스는 의자를 권했다. "빈 곳 때문에 사람을 찾는 분은 처음입니다."
"나는 빈 곳을 채우려는 사람이니까." 남자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가죽 두루마리를 풀었다.
그 안에는 거칠게 그려진 해안선이 있었다. 마티아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양이었다. 손으로 급히 그린 듯 선이 떨렸고, 군데군데 물에 번진 자국이 있었다. 그러나 마티아스의 눈은 그 떨리는 선을 따라가다 멈췄다. 그것은 누구의 책에도, 누구의 이야기에도 없는 해안이었다.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평생 남의 기억을 받아 적어 왔지만, 이토록 낯선 해안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마티아스는 그 그림을 등불 가까이 가져갔다. 오랜 세월 남의 손으로 그려진 그림을 보아 온 그의 눈은, 한눈에 많은 것을 읽어 냈다. 선의 떨림은 두려움의 흔적이었고, 군데군데 진하게 눌린 자국은 확신의 자리였다. 절벽의 윤곽은 비교적 또렷했지만, 그 너머의 만은 흐릿했다. 그린 사람조차 절벽은 똑똑히 보았으나 만은 멀리서 어렴풋이 보았다는 뜻이었다. 종이는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손이 떨린 자리에는 두려움이, 망설인 자리에는 의심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것을 어디서…" 마티아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직접 보았소." 남자가 말했다. "서쪽으로, 사람들이 가지 말라는 곳으로 갔지. 폭풍을 셋 넘기고, 선원 넷을 잃고, 마실 물이 바닥날 무렵에 보았소. 안개 너머로 솟은 검은 절벽을. 그 위로 날아오르던, 이름 모를 새들을."
남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어떤 새와도 달랐소. 날개가 길고, 부리가 붉었지. 절벽 틈마다 둥지를 틀고 있었는데, 수천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니 하늘이 검게 뒤덮였소. 선원들은 그것을 흉조라 여기고 두려워했지. 하지만 나는… 나는 그것이 아름다웠소. 죽음을 코앞에 두고도, 그 광경 앞에서는 갈증조차 잊었으니까."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먼 곳을 보았다. 마치 그 절벽이 작업실 벽 너머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나 우리는 다가갈 수 없었소. 절벽 아래는 암초로 가득했고, 바람은 우리를 자꾸 뒤로 밀어냈지. 나는 그것을 보았으나, 발을 디디지는 못했소. 본 것과 닿은 것은 다른 법이니까."
마티아스는 떨리는 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마치 그 차가운 절벽이 종이 너머에서 만져지기라도 하는 듯이.
그의 가슴 속에서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일어났다. 하나는 어린 시절 부둣가에서 떠나는 배를 보던 그 설렘이었다. 미지의 것 앞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온몸이 떨리는 끌림. 다른 하나는 스승의 유언이었다. 종이 위의 한 점이 바다 위에서는 한 사람의 목숨이 된다는 경고. 끌림과 두려움이 그의 안에서 팽팽히 맞섰다.
"내 기억은 흐릿하오." 남자가 말을 이었다. "나는 항해사지 화공이 아니니까. 하지만 당신은 그릴 수 있을 거요. 내가 본 것을, 당신의 손으로 종이 위에 살려 낼 수 있을 거요. 그래서 찾아왔소."
마티아스는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물었다. "그곳까지 며칠이 걸렸습니까. 어느 별을 보고 항로를 잡으셨습니까. 해류는 어느 쪽으로 흘렀습니까."
남자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것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오. 폭풍 속에서는 별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그저 살아남는 데 급급했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그곳을 다시 찾아갈 수 있습니까?"
남자의 얼굴에 그늘이 스쳤다. "찾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오. 그것이 내가 두려워하는 바요. 나는 그곳을 보았으나, 그곳으로 가는 길은 잃어버렸소. 마치 꿈에서 본 집의 문을 다시 찾지 못하는 것처럼." 그는 마티아스를 보았다. "그래서 당신에게 부탁하는 거요. 내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누군가 그것을 종이에 붙들어 주었으면 하오. 그러지 않으면, 그 해안은 나와 함께 사라질 테니까."
마티아스는 그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본 사람은 단 하나, 그리고 그조차 길을 잃었다. 만약 이것을 그리지 않는다면, 그 검은 절벽은 영영 누구의 지도에도 오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린다면, 그것은 다시 찾을 수 없는 한 사람의 꿈을 진실인 양 새기는 일이 될 것이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마티아스가 겨우 말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오. 서두를 일이 아니지. 다만 너무 오래 끌지는 마시오. 내 기억은 날마다 조금씩 흐려지고 있으니까. 어쩌면 머지않아, 나조차 그 절벽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잊어버릴지 모르오." 그는 문 쪽으로 걸어가다 멈춰 서서 덧붙였다.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시오. 무엇을 결정하든, 거짓은 그리지 말아 주시오. 차라리 빈 곳으로 남겨 두는 편이 나으니."
마티아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그가 평생 지켜 온 원칙이기도 했다.
남자는 그림을 그대로 두고 떠났다.
유혹
그날 밤 마티아스는 잠들지 못했다.
남자가 두고 간 거친 그림이 작업대 위에 놓여 있었다. 촛불 아래에서 그 떨리는 선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티아스는 그것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바람이 안뜰을 지나며 창을 흔들었다. 멀리서 종소리가 들렸다. 도시는 잠들어 있었지만, 마티아스의 머릿속은 깨어 있었다. 그는 검은 절벽을 상상했다. 안개 너머로 솟은 바위, 그 위를 뒤덮은 붉은 부리의 새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광경이, 마치 자신이 직접 본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것이 그를 두렵게 했다. 보지 않은 것을 이토록 생생히 그릴 수 있다면, 그린 것과 본 것의 경계는 대체 어디인가.
평생 그는 남의 것을 옮겨 그리는 사람이었다. 다녀온 자들의 이야기를 받아 적고, 흐릿한 기억을 단정한 선으로 바꾸는 사람. 그의 손끝에서 세상은 질서를 얻었지만, 그 세상은 언제나 남이 먼저 밟은 세상이었다.
그는 한 번도 새로운 것을 세상에 더한 적이 없었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이미 알려진 것을 더 또렷하게, 더 아름답게, 더 쓸모 있게 정리한 것뿐이었다. 그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그는 스스로를 위로해 왔다. 누군가는 흩어진 지식을 모아야 하고, 누군가는 어긋난 이야기를 견주어야 하니까.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서는, 어린 시절 부둣가에서 떠나는 배를 바라보던 그 설렘이 여전히 그를 찔렀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설렘. 자신은 끝내 그 너머로 가지 못하리라는 슬픔.
그런데 지금, 그의 앞에는 누구도 그린 적 없는 해안이 있었다.
만약 그가 이것을 그린다면, 그 지도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일 것이다. 그의 이름이 그 해안에 붙을지도 몰랐다. 후대의 항해사들이 그가 그린 선을 따라 항해할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옮겨 적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가장자리를 한 뼘 넓힌 사람이 될 것이다.
그는 그 광경을 상상했다. 먼 훗날, 어느 젊은 제작자가 그의 지도를 펼쳐 들고 감탄하는 모습을. "이 해안을 처음 그린 이가 누구지?" 그러면 누군가 답하리라. "마티아스라네. 리스보아의 어느 좁은 작업실에서 평생 종이 위를 항해한 사람이지." 바다에 약해 갑판에서 토하던 소년이, 끝내 종이 위에서나마 세상의 끝에 닿는 것이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러나 곧 다른 생각이 그를 붙들었다.
이 그림은 한 사람의 기억일 뿐이었다. 폭풍에 시달리고, 갈증에 시달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본 흐릿한 인상. 안개 너머의 절벽이 정말 그가 본 모양 그대로일까. 절벽 사이의 만은 정말 그렇게 깊을까. 그가 그려 넣을 모든 선은, 검증된 적 없는 한 사람의 말 위에 세워질 것이었다.
만약 그가 틀린다면.
후대의 항해사들이 그 선을 믿고 서쪽으로 노를 저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 절벽이 없다면. 암초도, 새도, 아무것도 없는 빈 바다뿐이라면. 그들은 마티아스의 선을 원망하며 헤맬 것이다. 어쩌면 그 헛된 항해 끝에 누군가는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스승이 꿈에서 본 그 배들처럼.
마티아스는 양피지의 그 떨리는 선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늘 비워 두었던 빈 곳을 떠올렸다. 그는 평생 거짓을 그리지 않으려고 그 빈 곳을 지켜 왔다. 그런데 이제, 가장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기 위해, 그는 검증되지 않은 것을 진실인 양 그려야 했다.
"여기에 사자가 있다." 다른 제작자들이 빈 곳에 적던 그 글귀가 떠올랐다. 그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을까. 보지 못한 것을, 본 것처럼.
마티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옛 지도들을 바라보았다. 엔히크에게서 물려받은 것들이었다. 그중 하나에는, 어느 섬이 또렷한 실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누군가 분명히 보았다고 단언한 섬. 그러나 마티아스는 알고 있었다. 그 섬은 존재하지 않았다. 후대의 항해사들이 몇 번이나 그곳을 찾아갔지만, 거기에는 물결치는 빈 바다뿐이었다. 어느 지친 선원이 갈증 속에 본 환영이, 한 제작자의 자신만만한 손끝에서 실선이 되었고, 그 실선을 믿은 배들이 헛되이 노를 저었던 것이다.
그 유령 섬은 백 년 가까이 지도 위에 남아 있었다. 한 사람의 착각이 또렷한 선이 되는 순간, 그것을 지우는 데에는 백 년이 걸렸다.
마티아스는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가 만약 검은 절벽을 또렷한 실선으로 그린다면, 그것이 또 하나의 유령 섬이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그러나 동시에, 만약 그가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다면, 어쩌면 진짜 존재하는 해안 하나가 영영 어둠 속에 묻히는 것은 아닌가.
그리는 것도 두렵고, 그리지 않는 것도 두려웠다. 그는 두 두려움 사이에 끼인 채, 촛불이 다 타도록 양피지를 바라보았다.
새벽녘, 그는 깜빡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배 위에 있었다. 멀미는 없었다. 발밑의 갑판이 단단했고, 바다는 잔잔했다. 안개가 걷히자, 저 멀리 검은 절벽이 솟아 있었다. 남자가 말한 바로 그 절벽이었다. 그는 절벽을 향해 다가갔다. 가까이, 더 가까이. 절벽 위로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올랐다.
그런데 배가 절벽에 닿으려는 순간, 절벽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물에 풀어지는 잉크처럼. 검은 바위가 안개로 변하고, 새들이 종이 위의 얼룩으로 흩어졌다. 마티아스는 손을 뻗었지만, 잡히는 것은 빈 공기뿐이었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그 절벽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남자의 말을 통해 본 것이라는 사실을. 그가 꿈꾼 절벽은 진짜 절벽이 아니라, 한 사람의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 그린 그림자였다. 그는 그림자를 좇고 있었다.
마티아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창밖이 희뿌옇게 밝아 오고 있었다. 그는 한동안 어둠 속에 앉아, 자신이 무엇을 그리려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본 적 없는 해안이 아니었다. 그가 그리려는 것은, 본 사람의 기억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그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것은, 그 해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기억"이라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닐까.
그 생각이 처음으로 그를 조금 편안하게 했다.
그러나 편안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또 다른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기억을 그린다 한들, 그 기억이 진실이 아니라면? 만약 검은 절벽이 정말로 갈증이 만든 환영이라면? 그는 한 사람의 헛것을 종이에 새기는 어리석은 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마티아스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안다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세상에서, 그래도 무언가를 종이에 붙들어야 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항구에서
이튿날 마티아스는 항구로 나갔다.
그는 좀처럼 작업실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은 바다를 보고 싶었다. 비어 있지 않은, 진짜 바다를.
종이 위의 바다는 늘 잔잔했다. 그가 그린 파도는 결코 일렁이지 않았고, 그가 그린 바람은 결코 불지 않았다. 그러나 진짜 바다는 달랐다. 진짜 바다는 짜고, 거칠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 앞에 서면 마티아스는 늘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달았다. 그의 모든 지도를 합쳐도, 저 출렁이는 물결 하나를 다 담을 수 없었다.
부두에는 배들이 늘어서 있었다. 어떤 것은 떠날 채비를, 어떤 것은 막 돌아온 참이었다. 돌아온 배의 갑판에서는 선원들이 짐을 부렸다. 향신료 자루, 낯선 나무로 짠 궤짝, 본 적 없는 깃털로 장식된 물건들.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가져온 조각들이었다.
그 광경 앞에서 마티아스는 늘 같은 감정을 느꼈다. 부러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그는 저 자루 속의 향신료가 어느 나무에서 왔는지, 저 깃털이 어떤 새의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가 아는 것은 종이 위의 선뿐이었다. 그러나 선은 향기가 나지 않았고, 무게도 없었다. 진짜 세상은 늘 그의 종이 바깥에 있었다.
한번은 어느 젊은 선원이 그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당신은 가 보지도 않은 곳을 어떻게 그리오?" 마티아스는 그때 이렇게 답했다. "나는 그곳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곳을 본 사람들의 말을 그리는 것이오. 나는 세상을 그리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그리는 사람이오." 젊은 선원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마티아스에게 그 차이는 전부였다.
마티아스는 한 늙은 선원 곁에 섰다. 선원은 밧줄을 정리하며 흥얼거리고 있었다.
"먼 곳에 다녀오셨소?" 마티아스가 물었다.
선원은 그를 흘끗 보았다. "먼 곳이라. 먼 곳이 어디 따로 있겠소. 떠나 보면 다 똑같은 물이고 똑같은 하늘인 것을."
"그래도 본 적 없는 것을 보지 않소."
선원은 손을 멈추고 잠시 생각했다. "보지. 본 적 없는 것을 보지. 그런데 말이오." 그는 마티아스를 똑바로 보았다. "본 적 없는 것을 보고 나면, 본 적 없다는 게 무엇인지 영영 잊어버리게 된다오. 한번 본 것은 도로 안 본 것으로 만들 수가 없으니까."
마티아스는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그런데 노인장," 마티아스가 물었다. "당신이 본 것을 누가 믿어 줍니까? 당신 혼자만 보았다면, 그것은 정말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눈이 지어낸 것입니까?"
선원은 껄껄 웃었다. "그건 나도 모르지. 다만 이렇게 말하겠소. 내가 본 것을 다른 누군가가 또 본다면, 그제야 그것은 세상에 있는 것이 되오. 나 혼자 본 것은, 아직 나만의 것이지. 세상의 것이 되려면, 두 사람의 눈이 필요한 법이오." 그는 다시 밧줄을 집어 들었다. "그러니 젊은 양반, 무얼 그리든 간에, 그것을 본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를 꼭 적어 두시오. 한 사람이 본 것과 백 사람이 본 것은, 같은 것이 아니니까."
그 말은 마티아스의 가슴에 화살처럼 박혔다. 한 사람이 본 것과 백 사람이 본 것은 같지 않다. 그런데 지도 위에서는, 둘 다 똑같은 검은 선이 되어 버린다.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가 두려운 것은 틀리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가 두려운 것은, 한번 그 해안을 그리고 나면, 그것을 보지 않은 상태로 영영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빈 곳을 채우는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채워진 곳은 다시 비울 수 없었다. 발견에는 대가가 따랐다. 알기 전으로는 누구도 돌아갈 수 없다는 대가가.
골목 어귀에서 그는 도밍구스와 마주쳤다. 늙은 제작자는 마티아스의 얼굴을 보더니 대뜸 물었다. "안색이 안 좋군. 무슨 일인가."
마티아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손님과 그림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도밍구스의 눈이 반짝였다.
"그걸 왜 망설이나!" 그가 외쳤다. "누구도 본 적 없는 해안이라니, 그건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행운일세. 당장 그리게. 또렷하게, 당당하게. 자네 이름이 그 해안에 붙을 걸세. 후대가 자네를 기억할 거야."
"그러나 그것이 틀렸다면요?"
도밍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틀리면 어떤가. 그때쯤이면 우리는 이미 흙 속에 있을 테고, 지도는 누군가 고치겠지. 세상의 모든 지도는 어차피 다음 세대가 고쳐 그리는 것 아닌가. 완벽한 지도를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못 그려."
마티아스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시에, 유령 섬을 좇아 헛되이 노를 저었던 배들이 떠올랐다. 도밍구스에게는 틀린 선이 그저 다음 세대가 고칠 문제였지만, 그 틀린 선을 믿고 떠난 누군가에게는 목숨이 걸린 문제였다.
"고맙습니다." 마티아스는 짧게 말하고 헤어졌다. 두 사람의 말이 다 옳았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점선
그 밤, 마티아스는 작업대 앞에 앉아 빈 양피지를 새로 펼쳤다.
그는 펜을 들었다가 놓고, 다시 들었다가 놓았다. 또렷한 실선을 그으면 거짓이 될 것 같았고, 아무것도 긋지 않으면 진짜 존재할지 모를 해안을 묻어 버리는 것 같았다. 두 길 사이에서 그의 손은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그는 자신이 가진 다른 지도들을 떠올렸다. 거기에는 늘 두 종류의 선이 있었다. 직접 측량한 곳은 굵고 또렷하게, 전해 들은 곳은 가늘게. 강의 본류는 진하게, 안개에 가려 끝을 보지 못한 지류는 흐리게. 사람들은 그 차이를 무심히 보아 넘겼지만, 그 가는 선과 굵은 선의 차이 속에 사실은 "얼마나 확실한가"라는 정보가 숨어 있었다.
그렇다면, 하고 마티아스는 생각했다. 확실함에도 정도가 있다면, 선에도 정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본 것과 못 본 것 사이, 그 중간에 있는 것은 중간의 선으로 그려야 하지 않을까.
그는 펜촉을 종이에 대었다. 그리고 한 번에 긋는 대신, 짧게 끊어 점을 찍기 시작했다. 점, 빈틈, 점, 빈틈. 선이면서 선이 아닌 것. 있으면서 아직 다 있지는 않은 것. 점선이 종이 위에서 검은 절벽의 윤곽을 따라 천천히 자라났다.
그리는 동안 마티아스의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해졌다. 거짓을 그린다는 죄책감도, 진실을 묻는다는 두려움도 없었다. 그는 다만 자신이 아는 만큼만, 딱 그만큼만 그리고 있었다. 한 사람이 보았고 아직 아무도 확인하지 못한 해안. 그 사실 그대로를, 점선이 정직하게 말하고 있었다.
새벽이 올 무렵, 절벽의 윤곽이 완성되었다. 마티아스는 그 곁에 작은 글씨를 적어 넣었다. 그리고 펜을 내려놓고,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
그날 밤에는 절벽이 흐려지는 꿈을 꾸지 않았다. 꿈속에서 그는 다시 배 위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절벽을 향해 다가가지 않았다. 다만 멀리서 그것을 바라보며, 종이 위에 점을 하나 찍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닿지 못해도, 본 것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것.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또한 그가 해야 할 전부였다.
결정
남자는 사흘 뒤에 다시 왔다.
"어떻게 되었소." 그가 물었다. "그렸소?"
마티아스는 작업대로 그를 데려갔다. 양피지 위에는 새 그림이 놓여 있었다. 남자가 두고 간 거친 그림이 아니었다. 마티아스의 손으로 다시 그린 것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곧 이상한 점을 알아챘다.
마티아스는 그 해안을 그렸다. 검은 절벽도, 깊은 만도, 안개 너머의 윤곽도. 그러나 그는 그것을 다른 선으로 그렸다. 익숙한 해안선들은 또렷한 갈색 실선이었지만, 그 새로운 해안은 가느다란 점선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한 항해사가 보았다고 전함. 아직 두 번 본 사람은 없음."
남자는 그 글씨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점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점 하나하나가 마치 자신이 잃은 길의 자취이기라도 한 것처럼.
"점선으로 그렸군." 그가 말했다.
"점선입니다." 마티아스가 대답했다. "당신이 본 것을 그렸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당신에게는. 그러나 그것이 검증되었다고 적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거짓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점선으로 그렸습니다. 이것은 발견이되, 아직 확인되지 않은 발견이라고."
남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마티아스는 그가 화를 내리라 생각했다. 또렷한 실선을, 확실한 영광을 바라고 왔을 테니까. 손님이 돈을 내고 원하는 것은 대개 또렷함이었다. 의심이 아니라 확신, 빈틈이 아니라 가득 참. 점선은 어쩌면 손님에 대한 모욕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마티아스는 조용히 덧붙였다. "당신이 원하신다면, 실선으로 다시 그리겠습니다. 그러면 더 당당해 보이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제가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일입니다. 저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습니다. 제 스승은, 종이 위의 거짓이 바다 위에서 사람을 죽인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웃었다.
남자는 손가락으로 점선의 끝을 가만히 짚어 보았다. 그 자리에서 그의 표정이 천천히 풀렸다.
"점선이라."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더 정직하군. 솔직히 말하면, 나도 안개 속에서 본 것을 다 믿지는 못하겠소. 어떤 밤에는 그것이 절벽이었는지, 그저 내 갈증이 만든 환영이었는지 확신이 서지 않으니."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덧붙였다. "사실 두려웠소. 당신이 그것을 또렷한 실선으로 그려 줄까 봐. 그러면 나는 내 흐릿한 기억을 확실한 진실인 척 세상에 내놓는 셈이 되니까. 그건 내가 바라던 바가 아니었소. 나는 다만, 내가 본 것이 무엇이었든 그것이 잊히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오. 점선은… 딱 그만큼이오. 잊히지 않을 만큼, 그러나 거짓이 되지 않을 만큼."
"그래서 점선입니다." 마티아스가 말했다. "누군가 다시 그곳에 가서, 같은 절벽을 보고 돌아온다면, 그때 우리는 이 점을 잇겠습니다. 점선이 실선이 되겠지요. 그리고 그날, 이 해안은 진짜로 세상의 지도에 오를 겁니다."
남자는 한참 동안 그 점선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가 그곳을 다시 찾지 못한다 해도," 그가 조용히 말했다. "이 점선은 남는 거요?"
"남습니다." 마티아스가 대답했다. "당신이 본 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확인되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점선은 잊힌 것이 아니라, 아직 증명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 둘은 다릅니다."
남자의 눈에 무언가가 어렸다. 안도였는지, 슬픔이었는지, 마티아스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였을 것이다.
"내 평생 본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소, 그 검은 절벽은." 남자가 말했다. "그것이 나와 함께 사라질까 봐 두려웠소. 그런데 당신이 그것을 종이에 붙들어 주었구려. 비록 점선일지라도." 그는 일어섰다. "고맙소, 지도 제작자여. 당신은 내 기억에 자리를 하나 마련해 주었소. 세상의 가장자리에."
남자는 약속한 삯을 치르려 했지만, 마티아스는 그중 절반만 받았다. "나머지 절반은," 그가 말했다. "누군가 이 점선을 실선으로 이어 줄 때 받겠습니다. 그때까지 이 일은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남자는 웃으며 문을 나섰다. 그의 등 뒤로, 좁은 골목 끝에서 바다 냄새가 밀려 들어왔다.
마티아스는 문가에 서서, 골목을 따라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남자는 다시 바다로 갈 것이다. 어쩌면 그 검은 절벽을 다시 찾으려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영영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티아스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한 사람의 기억에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사라지지 않도록, 그러나 거짓이 되지도 않도록, 정직한 점선으로 붙들어 두는 것.
문을 닫으며 마티아스는 생각했다. 어쩌면 모든 지도는, 누군가의 사라지지 않으려는 기억이 모인 것인지도 모른다고.
점선의 자리
남자가 떠난 뒤, 마티아스는 오래도록 그 지도를 바라보았다.
종이의 한가운데는 더 이상 텅 비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가득 차 있지도 않았다. 그곳에는 점선이 있었다. 빈 곳과 채워진 곳 사이의, 그 어디쯤에.
그는 그 점선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가 평생 그려 온 어떤 선과도 달랐다. 실선처럼 단언하지 않았고, 빈 곳처럼 침묵하지도 않았다. 점선은 말하고 있었다. "여기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그 솔직한 목소리가, 마티아스에게는 그 어떤 또렷한 선보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티아스는 생각했다. 어쩌면 지도를 그리는 일이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고. 아는 것을 또렷이 그리고, 모르는 것을 정직하게 비우며, 그 사이의 어렴풋한 것을 점선으로 잇는 일. 발견이란 빈 곳을 한꺼번에 메우는 것이 아니라, 점 하나를 조심스레 찍고, 다음 사람이 그 곁에 또 하나의 점을 찍기를 기다리는 일이라고.
그는 다른 제작자들의 자신만만한 지도를 떠올렸다. 빈 곳 하나 없이 가득 찬 그 종이들을.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감탄하겠지만, 마티아스는 알았다. 가득 찬 지도일수록 거짓이 많다는 것을. 진짜로 정직한 지도는, 자신이 어디까지 알고 어디서부터 모르는지를 솔직히 드러내는 지도였다. 모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지도. 빈 곳과 점선을 당당히 품은 지도.
어쩌면 사람의 마음도 그와 같지 않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채워 넣는 사람보다, 자신이 어디까지 아는지를 정직하게 아는 사람이 더 멀리 간다. 빈 곳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그 빈 곳을 향해 항해할 수 있으니까.
호기심은 그를 빈 곳으로 이끌었다. 정직은 그를 점선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긴장이, 평생 그를 작업대 앞에 앉아 있게 한 힘이었다.
문득 그는 스승 엔히크를 떠올렸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빈 곳을 가리키던 노인을. 만약 엔히크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면 무어라 했을까. 점선을 보고 야단을 쳤을까, 아니면 고개를 끄덕였을까. 마티아스는 후자였으리라 믿고 싶었다. 스승이 가르친 것은 빈 곳을 절대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근거로 긋는지를 정직하게 밝히라는 것이었으니까. 점선은 그 가르침을 어긴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었다. 모른다고 비워 두는 것과 안다고 채우는 것 사이에, 어렴풋이 안다고 표시하는 제3의 길이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스승도 그 길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그의 시대에는 아직 그것을 그릴 용기가 없었을 뿐.
밖에서는 또 한 척의 배가 항구를 떠나고 있었다. 누군가는 다시 폭풍을 넘고, 누군가는 다시 갈증을 견디며, 안개 너머의 무엇을 보고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중 한 사람이 이 작업실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또 하나의 떨리는 선을 들고서.
마티아스는 자신이 그 모든 이야기의 종착지라고 생각했다. 바다로 나간 자들의 기억이 흘러 흘러 닿는 곳. 그는 그것을 받아, 거르고, 견주고, 정직한 선으로 옮겼다. 그가 죽고 나면 그의 지도는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릴 것이고, 그 사람은 마티아스가 남긴 점선들을 보며, 어디까지가 확실하고 어디서부터가 미지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이 마티아스가 세상에 남기는 것이었다. 가득 찬 거짓이 아니라, 정직한 빈 곳과 겸손한 점선들.
그날이 오면, 마티아스는 다시 펜을 들 것이다. 점 하나를 조심스레 찍을 것이다. 세상의 가장자리는 그렇게, 점 하나만큼씩 넓어질 것이다.
그는 창밖을 보았다. 좁은 안뜰 위로 저녁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티아스는 그것이 거기 있음을 알았다. 보이지 않아도, 아직 그리지 못했어도, 바다는 거기 있었다. 그가 점을 찍기를 기다리며.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마티아스가 세상을 떠나고도 한참이 지난 어느 날, 한 젊은 항해사가 서쪽 바다에서 검은 절벽을 보고 돌아왔다. 그는 리스보아의 한 작업실에 걸린 오래된 지도에서, 자신이 본 것과 꼭 같은 윤곽을 점선으로 발견했다. 곁에는 빛바랜 작은 글씨가 있었다. "한 항해사가 보았다고 전함. 아직 두 번 본 사람은 없음." 젊은 항해사는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러고는 펜을 청해, 점과 점 사이의 빈틈을 조심스레 이었다. 점선이 마침내 실선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이야기이고, 마티아스는 그날을 보지 못했다.
이 밤의 마티아스는 다만 알 뿐이었다. 자신이 찍은 점 하나가 헛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언젠가 누군가 그 곁에 다음 점을 찍으리라는 것을.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촛불을 끄지 않고, 다시 양피지 앞에 앉았다.
작가의 말
대항해시대의 지도에는 실제로 빈 곳이 많았고, 그 빈 곳을 두고 제작자마다 태도가 달랐습니다. 어떤 이는 상상의 생물과 장식으로 채웠고, 어떤 이는 정직하게 비워 두었습니다. "여기에 사자가 있다"는 식의 경고 문구는 미지의 영역을 가리키는 상징처럼 후대에 회자되었지요.
이 이야기는 그런 시대 분위기에서 출발한 순수한 창작입니다. 마티아스도, 그를 찾아온 항해사도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다만 저는 "안다는 것"과 "안다고 믿는 것" 사이의 거리를, 그리고 그 거리를 정직하게 표시하려는 한 사람의 고집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발견은 늘 매혹적입니다. 그러나 발견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한번 본 것은 안 본 것으로 되돌릴 수 없고, 한번 그린 선은 지우더라도 흔적을 남깁니다. 마티아스가 택한 점선은, 어쩌면 호기심과 정직 사이에서 우리가 그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선일지도 모릅니다. 모른다고 인정할 용기와, 그래도 한 점은 찍어 보려는 용기. 그 둘이 함께 있을 때, 세상의 지도는 조금씩 넓어집니다.
점선이라는 모티프는, 사실 우리가 무언가를 알아 가는 모든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흐릿한 증언이 있고, 그것은 아직 점선입니다. 다른 사람이 같은 것을 확인하면, 점과 점 사이가 메워져 실선이 됩니다. 그리고 가끔은, 또렷해 보이던 실선이 사실은 착각이었음이 드러나, 다시 지워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진 지식의 지도는 그렇게 끊임없이 그려지고, 이어지고, 지워지며 자라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티아스가 영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미지의 바다로 떠난 사람도 아니고, 거대한 발견을 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는 다만, 자신이 아는 만큼만 그리려고 애쓴 사람입니다. 어찌 보면 답답할 만큼 신중한 사람이지요. 그러나 그런 신중함이 모여, 사람들이 안심하고 항해할 수 있는 지도가 만들어집니다. 화려한 발견은 누군가 기억하지만, 그 발견을 헛되이 만들지 않는 것은 마티아스 같은 이들의 정직한 손길입니다.
미지의 세계 앞에서 우리는 늘 두 갈래 길에 섭니다. 모른다고 멈춰 서거나, 안다고 거짓을 말하거나. 마티아스는 그 사이에 점선이라는 세 번째 길을 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삶의 많은 질문 앞에서도, 그 세 번째 길이 가장 정직하고 가장 용감한 길일지 모릅니다. 짧은 이야기가 그 작은 점 하나를, 여러분의 마음 어딘가에 찍어 두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