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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모드: 손실은 이득보다 두 배 아프다 — 전망 이론 원문과 그 후 4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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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동전 한 번을 거절한 경제학자

1963년, 폴 새뮤얼슨은 점심 자리에서 동료에게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면 200달러를 주고 뒷면이면 100달러를 받겠다는 것. 기댓값은 명백히 양수인데 동료는 거절했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번은 싫지만 100번이라면 받겠다고. 새뮤얼슨은 이 대답이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는다는 짧은 논문을 남겼습니다. 왜 사람이 그런 대답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그 설명이 16년 뒤에 나옵니다. "손실은 이득보다 두 배 아프다"는 문장으로 요약되는 전망 이론입니다. 이 문장은 지금 협상 교재, 가격 실험 문서, 프로덕트 기획서에 상수처럼 등장합니다. 논문으로 읽는 심리학 이번 편에서는 그 상수의 출처를 직접 열어 보겠습니다. 원문에 실제로 무엇이 있고, 유명한 숫자는 어디서 왔으며, 45년 동안 어느 부분이 살아남았는지를 나눠 읽습니다.

1979년 논문이 실제로 한 일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의 1979년 이코노메트리카 논문은 제목부터 도발적입니다.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당시 표준은 기대효용 이론이었습니다. 사람은 각 결과의 효용에 확률을 곱해 더한 값이 가장 큰 선택지를 고른다는 것. 이 이론의 핵심 공리 중 하나가 독립성입니다. 두 선택지에 공통으로 붙은 확률을 똑같이 줄여도 선호 순서는 바뀌지 않아야 합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동원한 재료는 실험실 장비가 아니라 설문지였습니다. 이스라엘의 히브리 대학, 스웨덴의 스톡홀름 경제대학, 미국 미시간 대학의 학생과 교수진에게 가설적 선택 문항을 나눠 주고 답을 세는 방식입니다. 금액 단위는 이스라엘 파운드였고, 논문은 당시 이스라엘 가구의 월 순소득 중앙값이 약 3,000 이스라엘 파운드였다고 밝혀 둡니다. 문항의 액수가 응답자 감각으로 결코 작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핵심 네 문항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문항선택지 A선택지 BA를 고른 비율
문제 3 (95명)4,000을 80퍼센트 확률로 얻음3,000을 확실히 얻음20퍼센트
문제 4 (95명)4,000을 20퍼센트 확률로 얻음3,000을 25퍼센트 확률로 얻음65퍼센트
문제 3의 손실판 (95명)4,000을 80퍼센트 확률로 잃음3,000을 확실히 잃음92퍼센트
문제 4의 손실판 (95명)4,000을 20퍼센트 확률로 잃음3,000을 25퍼센트 확률로 잃음42퍼센트

표를 두 번 읽어야 합니다. 문제 4는 문제 3의 두 확률을 똑같이 4분의 1로 줄인 것뿐입니다. 독립성 공리대로라면 선호는 유지되어야 하는데, 다수 의견이 20퍼센트에서 65퍼센트로 뒤집혔습니다. 확실한 3,000이 확실성을 잃는 순간 매력을 잃은 것입니다. 이것이 확실성 효과입니다.

아래 두 줄은 더 흥미롭습니다. 부호만 뒤집었을 뿐인데 응답이 거울처럼 반사됩니다. 이득 구간에서 확실한 쪽을 고르던 사람들이(80퍼센트), 손실 구간에서는 도박을 고릅니다(92퍼센트). 확실히 3,000을 잃느니 4,000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 이것이 반사 효과입니다.

여기서 정직하게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실제 돈이 오간 실험이 아니라 가설적 선택입니다. 표본은 대학 구성원이고, 각 문항의 응답자는 10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저자들도 이 한계를 논문에 적어 두었습니다. 전망 이론의 위상은 데이터의 규모에서 온 것이 아니라, 기존 이론이 원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패턴을 최소한의 도구로 드러냈다는 데서 왔습니다.

가치 함수의 세 가지 특징

논문의 결론은 세 줄짜리 가치 함수입니다.

첫째, 준거점 의존. 기대효용 이론은 최종 재산 상태를 평가합니다. 전망 이론은 준거점 대비 변화를 평가합니다. 연봉 8천만 원이 기쁜지 슬픈지는 8천만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작년이 얼마였는지, 옆자리가 얼마인지가 정합니다. 이 한 줄이 나머지 전부의 뿌리입니다.

둘째, 이득 구간은 오목하고 손실 구간은 볼록. 민감도가 준거점에서 멀어질수록 둔해진다는 뜻입니다. 0원과 10만 원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만, 110만 원과 120만 원의 차이는 같은 10만 원인데도 작게 느껴집니다. 이 곡률이 이득에서의 위험 회피와 손실에서의 위험 추구를 동시에 만들어 냅니다.

셋째, 손실 쪽 기울기가 더 가파름. 원점에서 곡선이 꺾이고, 왼쪽이 오른쪽보다 가파릅니다. 이것이 손실 회피입니다.

주의할 것은 1979년 논문이 이 세 번째 특징을 정성적으로만 진술했다는 점입니다. 그래프에 숫자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는 "약 2배"라는 계수는 13년 뒤 후속 논문에서 나옵니다. 트버스키와 카너먼의 1992년 누적 전망 이론 논문은 대학원생 25명의 선택을 모형에 적합시켜 손실 회피 계수의 중앙값 2.25, 가치 함수 지수 0.88을 얻었습니다. 즉 교과서의 그 숫자는 25명에게서 나온 중앙값입니다.

코드로 이해하기 — 계수 하나가 내기를 거절시킨다

계수 2.25가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직접 계산해 보는 편이 빠릅니다. 새뮤얼슨의 동료가 마주했던 그 상황, 즉 기댓값이 양수인 동전 던지기를 놓고 계수를 바꿔 가며 판단을 봅니다.

# prospect theory value function, with the exponent Tversky & Kahneman
# fitted in 1992: v(x) = x**0.88 for gains, -lam * (-x)**0.88 for losses
ALPHA = 0.88

def value(x, lam):
    return x**ALPHA if x >= 0 else -lam * (-x) ** ALPHA

WIN, LOSE = 110, -100                     # a coin flip worth +5 in money
print(f"expected value (money): {0.5 * WIN + 0.5 * LOSE:+.2f}")

for lam in (1.0, 1.5, 2.0, 2.25, 3.0):
    eu = 0.5 * value(WIN, lam) + 0.5 * value(LOSE, lam)
    print(f"  lambda {lam:4.2f} -> expected utility {eu:+7.2f}"
          f"  {'accept' if eu > 0 else 'reject'}")

# how big must the upside be before lambda = 2.25 accepts a 100 loss?
print(f"break-even win at lambda 2.25: {(2.25 ** (1 / ALPHA)) * 100:.0f}")

# output:
# expected value (money): +5.00
#   lambda 1.00 -> expected utility   +2.52  accept
#   lambda 1.50 -> expected utility  -11.87  reject
#   lambda 2.00 -> expected utility  -26.25  reject
#   lambda 2.25 -> expected utility  -33.45  reject
#   lambda 3.00 -> expected utility  -55.03  reject
# break-even win at lambda 2.25: 251

읽을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 계수가 1.0일 때는 곡선이 여전히 휘어 있는데도 내기를 받아들입니다. 거절을 만드는 것은 곡률이 아니라 손실 쪽 기울기라는 뜻입니다. 둘, 마지막 줄이 실무적으로 가장 쓸모 있습니다. 계수 2.25인 사람이 100의 손실 위험을 감수하게 하려면 상방이 약 251은 되어야 합니다. 5퍼센트 유리한 조건으로는 어림도 없고, 두 배 반이 필요합니다. 조직에서 왜 그렇게 많은 합리적 제안이 거절되는지에 대한 계산 가능한 답입니다.

손실 회피는 정말 두 배인가 — 재검토의 기록

시리즈의 규칙대로 반대 증거도 봅니다. 이 대목이 이번 편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먼저 재현되는 쪽. 루제리 등이 2020년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한 대규모 재현 연구는 19개국 4,098명에게 1979년 논문의 문항 구조를 그대로 다시 던졌습니다. 확실성 효과, 반사 효과 같은 핵심 선택 패턴은 국가와 문화를 가로질러 견고하게 재현됐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자아 고갈과 달리, 전망 이론의 뼈대는 재현성 위기를 통과했습니다.

흔들리는 쪽은 뼈대가 아니라 숫자와 해석입니다.

첫째, 계수는 상수가 아닙니다. 손실 회피 계수를 추정한 연구는 이미 수백 건에 이르고, 이들을 모은 최근의 메타분석들은 평균이 대체로 2 부근이라고 보고하면서도 연구 간 편차가 대단히 크다는 점을 함께 지적합니다. 액수가 작아지면 계수는 1에 가까워지고, 익숙한 영역일수록, 경험이 쌓일수록 줄어듭니다. "인간의 손실 회피 계수는 2.25"라는 문장은 "인간의 체온은 36.5도"와 같은 종류의 문장이 아닙니다.

둘째, 갈과 러커는 2018년 논문에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손실 회피의 대표 증거로 인용되는 현상들, 이를테면 보유 효과나 현상 유지 편향이 손실 회피 없이도 설명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가진 것을 안 놓는 이유는 잃는 게 아파서가 아니라 그냥 움직이지 않는 관성 때문일 수 있고, 어느 쪽을 먼저 떠올리게 하느냐라는 질문 순서 효과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크기가 같은 이득과 손실이 대칭적인 반응을 낳은 연구도 적지 않다고 정리합니다.

셋째, 실제로 무너진 사례가 있습니다. 카너먼과 크네치, 세일러의 1990년 머그컵 실험은 파는 값이 사는 값의 두 배 남짓이라는 보유 효과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플롯과 자일러는 2005년, 연습 시행을 충분히 주고 익명성을 보장하고 절차를 세밀하게 설명하면 이 격차가 대부분 사라진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관찰된 것의 상당 부분이 선호가 아니라 실험 절차의 부산물이었을 가능성입니다.

정직한 요약은 이렇습니다. 준거점, 곡률, 비대칭이라는 구조는 살아남았습니다. 비대칭의 크기를 하나의 숫자로 못 박는 관행은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프레이밍 효과와 확률 가중 함수

전망 이론의 나머지 절반은 결과가 아니라 확률을 다룹니다.

프레이밍부터. 트버스키와 카너먼이 1981년 사이언스에 실은 아시아 질병 문제는 같은 상황을 두 가지로 적었습니다. 600명이 죽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병에 두 가지 대책이 있습니다. 살린 사람 수로 적은 조건에서는(152명 응답) 72퍼센트가 "200명을 확실히 살린다"를 골랐습니다. 죽는 사람 수로 적은 조건에서는(155명 응답) 78퍼센트가 "3분의 1 확률로 아무도 죽지 않고 3분의 2 확률로 600명이 죽는다"를 골랐습니다. 두 조건의 결과는 산술적으로 완전히 동일합니다. 준거점이 생존자 수에서 사망자 수로 옮겨 갔을 뿐인데 다수 의견이 반대로 갔습니다.

확률 가중 함수는 더 조용하지만 응용 범위가 넓습니다. 사람은 확률을 그대로 쓰지 않고 결정 가중치로 변환해서 씁니다. 이 곡선의 특징은 작은 확률의 과대평가와 중간 이상 확률의 과소평가입니다. 당첨 확률 100만분의 1은 실제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고, 95퍼센트는 실제보다 작게 느껴집니다.

이 한 줄이 오래된 수수께끼를 풉니다. 같은 사람이 복권도 사고 보험도 드는 현상 말입니다. 기대효용 이론에서 이 조합은 곤란합니다. 위험을 좋아한다는 것과 싫어한다는 것을 동시에 주장해야 하니까요. 전망 이론에서는 한 줄입니다. 복권은 작은 확률의 큰 이득이고 보험은 작은 확률의 큰 손실인데, 둘 다 그 작은 확률이 과대평가되는 구간에 있습니다. 이득 쪽에서는 과대평가가 위험 추구로, 손실 쪽에서는 위험 회피로 나타날 뿐입니다.

버릴 것과 가져갈 것

버릴 것 1. 계수를 상수로 쓰는 습관. "손실은 이득의 2배"는 25명의 중앙값에서 출발해 교과서를 거치며 물리 상수 대접을 받게 된 숫자입니다. 자기 도메인에서 그 값이 얼마인지는 결국 직접 측정해야 합니다.

버릴 것 2. 모든 현상에 손실 회피를 자동으로 붙이기. 사람들이 안 바꾸는 이유는 관성, 정보 부족, 전환 비용, 귀찮음일 수 있습니다. 갈과 러커의 지적을 진지하게 받으면, 손실 회피는 여러 후보 중 하나로 다뤄야 할 가설이지 기본값이 아닙니다.

버릴 것 3. 가설적 문항을 고액 실제 결정에 그대로 이식하기. 원 데이터는 종이 위의 선택이었습니다.

가져갈 것 1. 금액보다 준거점을 먼저 보기. 협상에서 유효한 질문은 대개 "얼마인가"가 아니라 "무엇에 비해서인가"입니다. 연봉 협상, 가격 정책, 일정 재조정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숫자를 바꾸는 것보다 비교 대상을 정하는 쪽이 자주 더 강합니다. 돈의 절대 액수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로그 스케일이라는 연봉과 행복 논쟁의 결론과도 맞물리는 지점입니다.

가져갈 것 2. 같은 사실을 두 프레임으로 적어 보기. 이건 설득 기술이 아니라 자기 점검 도구로 쓸 때 값어치가 있습니다. 살린 사람 수로 적었을 때와 죽은 사람 수로 적었을 때 판단이 달라진다면, 그 판단은 사실이 아니라 문장에 반응한 것입니다.

가져갈 것 3. 작은 확률 앞에서 자기 감각을 불신하기. 복권, 보험, 재난 대비, 보안 투자가 모두 이 구간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직관 대신 기댓값을 손으로 계산하는 편이 낫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계 하나. 프레이밍과 준거점 조작은 설득 기술인 동시에 조작 기술입니다. 같은 지식이 "이 혜택을 놓치게 됩니다"라는 다크 패턴 문구를 만들어 냅니다. 구별선은 단순합니다. 상대가 프레임을 알아차린 뒤에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으면 설득이고, 알아차리면 화를 낼 것 같으면 조작입니다.

원문 읽기 가이드

  • 원 논문: Kahneman, D., & Tversky, A. (1979).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Econometrica, 47(2), 263-291.
  • 계수가 나온 후속: Tversky, A., & Kahneman, D. (1992). Advances in prospect theory: Cumulative representation of uncertainty. Journal of Risk and Uncertainty, 5(4), 297-323.
  • 프레이밍: Tversky, A., & Kahneman, D. (1981). The framing of decisions and the psychology of choice. Science, 211(4481), 453-458.
  • 대규모 재현: Ruggeri, K., et al. (2020). Replicating patterns of prospect theory for decision under risk. Nature Human Behaviour, 4(6), 622-633.
  • 비판: Gal, D., & Rucker, D. D. (2018). The loss of loss aversion: Will it loom larger than its gain?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 28(3), 497-516.
  • 보유 효과의 절차 의존성: Plott, C. R., & Zeiler, K. (2005). The willingness to pay-willingness to accept gap, the "endowment effect," subject misconceptions, and experimental procedures for eliciting valuations. American Economic Review, 95(3), 530-545.

읽기 팁: 1979년 논문은 수식이 많아 보이지만 앞부분 절반은 설문 문항과 응답 비율이라 그냥 읽힙니다. 시간이 5분뿐이라면 가치 함수 그래프 한 장만 보세요. 원점에서 꺾이고 왼쪽이 더 가파른 그 S자 곡선에 논문 전체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그다음은 확률 가중 함수 그래프입니다. 왼쪽 끝에서 곡선이 대각선 위로 솟아오르는 구간, 그게 복권과 보험이 함께 팔리는 자리입니다. 다음 편은 자신의 행동에 맞춰 믿음을 고쳐 쓰는 인지부조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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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폴 새뮤얼슨은 점심 자리에서 동료에게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면 200달러를 주고 뒷면이면 100달러를 받겠다는 것. 기댓값은 명백히 양수인데 동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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