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1야드를 남기고 던진 패스
2015년 슈퍼볼 마지막 순간, 시애틀 시호크스는 상대 1야드 라인에서 26초를 남겨 두고 있었습니다. 감독 피트 캐럴은 러닝백에게 공을 주는 대신 패스를 지시했고, 그 공은 인터셉트됐습니다. 다음 날 아침 미국 언론은 그 선택을 슈퍼볼 역사상 최악의 콜이라고 불렀습니다.
인지심리학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프로 포커 선수가 됐던 애니 듀크(Annie Duke)는 이 장면에서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그 패스가 터치다운으로 연결됐다면, 같은 신문이 같은 선택을 뭐라고 불렀을까요. 듀크가 인용한 집계로는 그 상황에서 패스가 인터셉트될 확률은 2% 남짓이었습니다. 캐럴은 98% 쪽에 걸었고, 2%가 나왔습니다. 결정은 그대로인데 평가만 뒤집힌 것입니다.
마인드셋 시리즈의 이번 편은 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은 없습니다. 그건 각자의 상황에 달린 문제니까요. 대신 선택을 만들어 내는 절차를 다룹니다. 절차는 반복되고, 반복되는 것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절팅 — 결과로 결정을 채점하는 습관
듀크는 2004년 월드시리즈 오브 포커에서 우승 팔찌를 땄고, 같은 해 챔피언들만 모인 토너먼트에서도 우승했습니다. 20년 가까이 테이블에 앉아 배운 것 하나가 이것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결정이 돈을 잃고 나쁜 결정이 돈을 따는 밤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
그래서 듀크는 결과의 질로 결정의 질을 판단하는 습관에 리절팅(resulting)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체스에는 운이 없습니다. 말은 전부 판 위에 보이고, 진 쪽은 자기가 어디서 틀렸는지 원리적으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포커는 다릅니다. 상대의 카드는 보이지 않고 마지막 한 장은 무작위로 뒤집힙니다. 게임이론을 만든 존 폰 노이만이 현실을 체스가 아니라 포커에 비유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가 내리는 거의 모든 결정은 정보가 가려져 있고 운이 섞인 판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사후 편향이 얹힙니다. 바루크 피시호프(Baruch Fischhoff)가 1975년에 보인 대로, 사람은 결과를 알고 난 뒤 자신이 원래 그럴 줄 알았다고 기억을 고쳐 씁니다. 결과를 모르던 시점의 자기 예측을 스스로 복원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회고가 학습이 아니라 자책이나 정당화로 끝나는 이유입니다.
리절팅의 진짜 비용은 학습이 멈춘다는 데 있습니다. 운 좋게 성공한 결정에서는 운을 실력으로 착각해 나쁜 절차를 강화하고, 운 나쁘게 실패한 결정에서는 멀쩡한 절차까지 통째로 폐기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은 늘 같아야 합니다. 결과가 나빴는가, 아니면 결정이 나빴는가. 둘은 자주 겹치지만 같은 말이 아닙니다.
일방통행 문과 양방향 문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분류입니다. 제프 베이조스는 2015년 주주서한에서 결정을 두 종류로 나눴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일방통행 문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걸어 나올 수 있는 양방향 문입니다. 그리고 조직이 커질수록 양방향 문에까지 일방통행 문의 절차를 적용하게 되고, 그 결과가 느림과 혁신 중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분류가 유용한 이유는 정답을 알려 주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결정에 얼마나 시간을 쓸지를 정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어진 2016년 서한에서 베이조스는 원하는 정보의 70% 정도가 모이면 결정하라고 덧붙였습니다. 90%를 기다리면 대개 늦고,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이라면 빨리 틀리고 빨리 고치는 편이 총비용이 낮기 때문입니다.
| 구분 | 양방향 문 | 일방통행 문 |
|---|---|---|
| 되돌리기 | 며칠에서 몇 주면 원상 복구 |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매우 큼 |
| 예시 | 새 도구 도입, 가격 실험, 회의 형식 변경, 이사 | 회사 매각, 공개 발표, 이민, 인간관계를 끊는 일 |
| 적정 정보량 | 원하는 정보의 70% 수준 | 모을 수 있는 만큼, 반대 의견까지 |
| 속도 | 빠르게, 소수가 | 느리게, 여러 관점을 거쳐 |
| 흔한 실패 | 과도한 검토로 기회를 놓침 | 속도에 취해 문을 통과해 버림 |
실무에서 이 표의 가치는 상단이 아니라 하단에 있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괴로워하는 결정의 대부분은 양방향 문인데, 일방통행 문처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새 프레임워크를 써 볼지, 이 스터디에 참여할지, 저 사람에게 먼저 연락할지. 되돌리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면 대개 몇 시간에서 몇 주 사이입니다. 그렇다면 고민에 두 달을 쓰는 것 자체가 손해입니다.
미루는 것도 결정입니다
세 번째는 가장 자주 놓치는 지점입니다. 결정을 보류하는 것은 중립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 상태를 한 번 더 선택하는 일이고, 값이 붙습니다. 이직을 여섯 달 미루는 것은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지금 회사를 여섯 달 더 다니기로 정한 상태입니다.
경제학자 윌리엄 사무엘슨과 리처드 젝하우저는 1988년 연구에서 현상 유지 편향을 보였습니다. 똑같은 선택지라도 그것이 현재 상태로 제시되면 선택률이 뚜렷하게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일라나 리토프와 조너선 배런이 정리한 누락 편향이 겹칩니다. 사람은 행동해서 생긴 나쁜 결과를 가만히 있어서 생긴 같은 크기의 나쁜 결과보다 훨씬 무겁게 평가합니다. 그래서 후회를 피하려는 마음이 우리를 자꾸 정지 상태로 밀어 넣습니다.
바닥에는 손실 회피가 깔려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이 심리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는 전망 이론의 발견은, 새로운 선택지의 이득보다 잃을 것을 먼저 보게 만듭니다. 보류가 안전해 보이는 것은 보류의 비용만 장부에 적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무적인 처방은 단순합니다. 미루기로 했다면 그것도 결정으로 적습니다. 언제까지 미루는지, 무엇이 확인되면 다시 꺼내는지를 함께 적습니다. 기한 없는 보류만 금지하면, 우리가 결정을 미루면서 치르는 비용의 절반은 사라집니다.
도구 셋 — 10/10/10, 사전 부검, 기준 먼저
첫째, 10/10/10. 저널리스트 수지 웰치가 제안한 이 질문은 하나의 선택을 세 개의 시간 창에서 봅니다. 10분 뒤에 나는 어떻게 느낄까, 10개월 뒤에는, 10년 뒤에는. 눈앞의 감정이 결정의 무게를 왜곡할 때 특히 유용합니다. 대니얼 길버트와 티머시 윌슨의 정서 예측 연구가 반복해서 보여 준 것은, 우리가 사건의 정서적 충격이 얼마나 강할지는 그럭저럭 맞히지만 얼마나 오래갈지는 크게 과대평가한다는 사실입니다. 테뉴어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들은 오래도록 불행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 회복은 훨씬 빨랐습니다. 10년 창을 열어 보는 것은 이 과대평가를 눈앞에서 교정하는 일입니다.
둘째, 사전 부검.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Gary Klein)이 제안한 방식입니다. 실행 직전에 팀을 모아 이렇게 말합니다. 1년이 지났고, 이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이제 각자 그 이유를 적어 주세요. 순서가 핵심입니다. 실패를 사실로 전제하면 반대 의견이 배신이 아니라 과제가 됩니다. 클라인이 근거로 든 것은 미첼, 러소, 페닝턴의 1989년 연구입니다. 사건이 이미 일어났다고 가정하고 설명하게 했더니 원인을 구체적으로 짚어내는 능력이 30% 높아졌습니다.
셋째, 기준을 먼저 정하고 선택지를 봅니다. 순서를 뒤집으면 대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마음에 드는 선택지가 먼저 생기고, 그 뒤로 들어오는 정보가 그 선택지에 유리하게 해석됩니다. 제이 에드워드 러소 연구팀은 이 현상을 사전 왜곡이라 부르며, 선호가 정해진 순간부터 새 증거가 체계적으로 기울어 읽힌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였습니다. 채용에서 구조화 면접이 자유 면접보다 나은 이유도 같습니다. 무엇을 볼지 미리 정해 두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엔 정직한 단서가 필요합니다. 오래 인용되던 구조화 면접의 예측력 수치는 2022년 재분석에서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순서는 유지됐지만 크기는 줄었습니다.
세 도구는 모두 같은 일을 합니다. 결정의 순간에 즉흥적으로 하던 판단을 미리 만들어 둔 절차로 옮기는 것. 시스템 편에서 다룬 실행 의도와 구조가 같습니다.
정보를 더 모아도 나아지지 않는 지점
허버트 사이먼은 1950년대에 인간이 최선을 계산하는 존재가 아니라 충분히 좋은 것에서 멈추는 존재라고 보고, 그 전략에 만족화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기준을 먼저 정하고 그 기준을 넘는 첫 선택지에서 멈추는 방식입니다. 반대편은 극대화입니다. 모든 선택지를 확인하기 전에는 멈출 수 없는 방식이지요.
극대화가 늘 손해라는 뜻은 아닙니다. 시나 아이엔가 연구팀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추적한 2006년 연구에서, 극대화 성향이 강한 학생들은 평균 20% 높은 초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자기 직장에 대한 만족도는 더 낮았습니다. 더 좋은 결과를 얻고 더 적게 만족한 것입니다. 확인하지 못한 선택지가 계속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흔히 인용되는 배리 슈워츠의 선택의 역설은 조심해서 다뤄야 합니다. 아이엔가와 레퍼의 잼 실험은 24종을 진열했을 때보다 6종을 진열했을 때 구매율이 훨씬 높았다는 결과로 유명하지만, 이후 재현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셰이베헨네 연구팀이 50개 실험을 종합한 2010년 메타분석에서 선택지 과부하의 평균 효과는 사실상 0에 가까웠습니다. 선택지가 많으면 무조건 나빠진다는 명제는 근거가 약하고, 남는 것은 더 조심스러운 결론입니다. 멈출 기준이 없을 때 선택지의 수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는 것.
그러니 실무적인 규칙은 이렇습니다. 탐색을 시작하기 전에 멈출 조건을 적어 둡니다. 후보 다섯 개까지만 본다, 목요일 저녁까지만 알아본다, 이 세 조건을 넘으면 그 자리에서 정한다. 앞에서 본 베이조스의 70% 기준도 같은 장치입니다.
마지막으로 계기판을 하나 더 봅니다. 몸입니다. 판단은 두뇌의 상태에 얹혀 있고, 그 상태는 생각보다 크게 흔들립니다. 반 동언 연구팀의 실험에서 2주간 하루 6시간만 잔 사람들의 인지 수행은 계속 떨어졌는데, 정작 본인들이 느끼는 졸림은 거의 늘지 않았습니다. 수면 부채 편에서 자세히 다룬 이 어긋남이 위험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기가 흐려졌다는 사실 자체를 감지하지 못하니까요.
이른바 결정 피로에 대해서는 유보가 필요합니다. 이스라엘 가석방 심사에서 승인율이 세션 초반 65% 수준에서 후반에 거의 0까지 떨어졌다는 2011년 연구는 유명하지만, 사건 배치가 무작위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곧바로 제기됐고 지금도 논쟁 중입니다. 효과의 크기는 불확실하지만 방향은 상식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자정과 공복과 격한 대화 직후에 내리지 않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결정 일지 — 나중에 채점할 수 있게 남겨 두기
앞의 도구들이 결정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라면, 마지막 하나는 그 품질을 측정 가능하게 만듭니다. 필립 테틀록이 20년에 걸쳐 전문가 수백 명의 예측 수만 건을 채점한 연구가 보여 준 것은, 예측을 기록하지 않는 한 전문성은 자기 실력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반대로 이후 굿 저지먼트 프로젝트에서는 예측을 확률로 적고 결과로 채점하는 훈련만으로 정확도가 눈에 띄게 올라갔습니다.
결정 일지는 이 원리를 개인 크기로 줄인 것입니다. 결정을 내린 날, 다음 다섯 줄을 적습니다.
- 무엇을 정했는가 — 한 문장으로.
- 왜 그렇게 정했는가 — 근거 두세 개.
- 무엇을 기대하는가 — 가능하면 시점과 숫자로. 3개월 안에 이 지표가 이만큼.
- 확신은 몇 퍼센트인가 — 70%인지 95%인지 적어 둡니다.
- 무엇이 틀렸다면 이 결정이 틀린 것인가 — 사전 부검에서 나온 실패 시나리오 한 줄.
핵심은 5번과 4번입니다. 반증 조건이 적혀 있으면 나중에 자기 합리화가 어렵고, 확신도가 적혀 있으면 잘 맞힌 것과 운 좋게 맞힌 것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3개월 뒤 다시 펼쳐 볼 때, 우리가 채점하는 대상은 결과가 아니라 그때 사용할 수 있었던 정보에 비춘 판단입니다. 결정 일지는 사후 편향에 오염되지 않은 원본을 남기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번 주에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지금 붙들고 있는 고민 하나를 골라 양방향 문인지 일방통행 문인지 적습니다. 양방향 문이면 이번 주 안에 기한을 정하고 실행합니다. 일방통행 문이면 사전 부검 한 장을 쓰고, 결정 일지 다섯 줄을 남긴 뒤 하룻밤 자고 다시 봅니다.
마치며 — 확률을 다루는 사람의 태도
잘 결정하는 사람은 자주 맞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가 어떤 확률에 걸고 있는지 알고, 그 사실을 결과가 나온 뒤에도 잊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 태도는 마음도 조금 편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결과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결정 시점의 절차뿐입니다. 그렇다면 잘못된 결과가 나왔을 때 물어야 할 것은 내가 왜 이렇게 어리석은가가 아니라, 그때 쓸 수 있었던 정보로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입니다. 같은 선택을 하겠다면 그 결정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2%가 나왔을 뿐입니다.
물론 절차를 지켜도 판은 계속 흔들릴 것입니다. 그래도 여러 판을 거치는 동안, 절차를 가진 사람과 결과에 휘둘리는 사람 사이에는 되돌리기 어려운 차이가 생깁니다. 캐럴의 패스를 다시 떠올려 볼 만한 이유도 그것입니다. 그날의 결과는 하나였지만, 그 결정이 나온 절차는 시즌 내내 반복됐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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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슈퍼볼 마지막 순간, 시애틀 시호크스는 상대 1야드 라인에서 26초를 남겨 두고 있었습니다. 감독 피트 캐럴은 러닝백에게 공을 주는 대신 패스를 지시했고, 그 공은 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