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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모드: 잘하지 않아도 되는 일 하나쯤 — 아마추어로 사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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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요즘 뭐 하시냐는 질문이 어려워진 이유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물었습니다.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입에서 나온 대답은 회사 이야기, 자격증 이야기, 사이드 프로젝트 이야기였습니다. 말을 마치고 나서야 이상한 점을 깨달았습니다. 세 가지 답이 전부 어딘가에 제출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한번 세어 보면 서늘해집니다. 하루 열여섯 시간의 깨어 있는 시간 중에서, 결과가 남지 않고 아무도 평가하지 않는 시간은 몇 시간인지. 많은 사람에게 그 답은 영에 가깝습니다. 일은 성과로 평가받고, 운동은 기록으로 관리되고, 독서는 권수로 세고, 잠은 수면 점수로 채점됩니다.

이 글은 그 촘촘한 평가판 위에 평가되지 않는 칸을 하나 비워 두자는 제안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회복과 정체성의 문제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모든 취미가 부업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빵을 구우면 팔아 보라는 말을 듣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계정을 만들라는 말을, 글을 쓰면 뉴스레터를 시작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대부분 호의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들에는 공통된 전제가 하나 깔려 있습니다. 잘하는 일은 언젠가 돈이 되어야 하고, 돈이 되지 않는 시간은 아직 활용되지 않은 자원이라는 전제입니다.

수익화가 시작되는 순간 따라 들어오는 것은 수입만이 아닙니다. 지표가 함께 들어옵니다. 조회수, 판매량, 재구매율, 팔로워 증감. 그러면 취미는 두 번째 직장이 되고,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죄책감이 붙습니다. 원래 그 활동을 하던 이유 — 그냥 하고 싶어서 — 는 성과표 아래로 밀려납니다.

심리학에는 이 현상을 설명하는 오래된 실험이 있습니다. 레퍼, 그린, 니스벳(Lepper, Greene, Nisbett)의 1973년 연구입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유치원 아이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만 그림을 그리면 상장을 주겠다고 미리 약속했습니다. 며칠 뒤 자유 놀이 시간에 아이들을 관찰했더니, 상을 약속받았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그림을 그린 시간이 나머지 집단보다 눈에 띄게 줄어 있었습니다. 보상이 내적 동기를 밀어낸 것입니다. 이것이 과잉정당화 효과입니다.

다만 정직하게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이 효과의 크기와 적용 범위는 지금도 논쟁 중입니다. 아이젠버거와 캐머런(Eisenberger and Cameron)은 1996년 메타분석에서 보상의 해로움이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나타난다고 반박했고, 이후 연구들은 대체로 "미리 약속된, 과제 수행 자체에 걸린 보상"에서 효과가 크다는 쪽으로 수렴했습니다. 그런데 취미의 수익화는 정확히 그 조건입니다. 미리 약속되고, 하는 행위 자체에 걸려 있습니다.

아마추어는 원래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아마추어(amateur)는 라틴어 아마토르(amator)에서 왔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그 뿌리는 사랑하다를 의미하는 아마레(amare)입니다. 18세기 프랑스어를 거쳐 영어로 들어왔을 때 이 단어가 가리킨 것은 실력의 등급이 아니라 동기의 종류였습니다. 보수가 아니라 애정 때문에 하는 사람. 그것이 아마추어였습니다.

지금 이 단어는 거의 욕에 가깝게 쓰입니다. 아마추어 같다는 말은 어설프다는 뜻이고, 프로답다는 말은 최고의 칭찬입니다. 한 단어의 뜻이 동기 축에서 실력 축으로 통째로 옮겨 간 것인데, 이 이동 자체가 우리 시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 줍니다.

원래의 구도로 돌아가 보면 문장이 달라집니다. 프로페셔널의 반대말은 서투른 사람이 아니라, 돈이 아닌 이유로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잘하는 아마추어도 있고 못하는 프로도 있습니다. 두 단어는 애초에 같은 자를 재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못하는 채로 계속할 때 생기는 것

못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에는 이상한 이점이 있습니다. 실력이 늘어도 아무도 모르고, 늘지 않아도 아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영역에서는 성장이 의무가 아니라 부산물이 됩니다. 3년째 같은 곡을 더듬거리며 치는 사람도 그 시간을 낭비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자주 오해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몰입, 즉 플로우는 잘하는 사람의 특권이 아닙니다.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의 모델에서 플로우는 절대적인 실력 수준이 아니라 과제의 난이도와 현재 실력의 비율에서 발생합니다. 난이도가 실력보다 훨씬 높으면 불안이, 훨씬 낮으면 지루함이 오고, 아슬아슬하게 걸칠 때 몰입이 옵니다. 그러니 초보에게는 초보 수준의 과제에서 똑같은 몰입이 열립니다. 입문 3주 차의 클라이밍과 10년 차의 클라이밍은 난이도가 다를 뿐 경험의 질은 같은 종류입니다.

의도적 연습의 신화 편에서 살펴봤듯, 에릭손이 말한 의도적 연습은 애초에 즐겁지 않도록 설계된 활동입니다. 약점을 골라 반복하고, 즉각 교정받고, 편안한 구간을 피합니다. 실력을 최대 속도로 올리려면 그 길이 맞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규칙을 삶의 모든 영역에 자동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아마추어의 영역은 그 규칙에서 명시적으로 면제된 구역이어야 합니다. 목표가 실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취미가 취미로 남으려면 순위표가 들어오지 않아야 합니다. 동호회 랭킹, 앱의 리더보드, 잘 치는 사람과의 비교가 붙는 순간 우리는 다시 트랙 위에 올라갑니다. 비교의 함정 편의 표현을 빌리면, 남의 하이라이트가 침범하지 않는 마지막 방을 지키는 일입니다.

회복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분리에서 옵니다

조직심리학자 사비네 손넨탁(Sabine Sonnentag)과 샤를로테 프리츠(Charlotte Fritz)는 2007년에 회복 경험 척도를 발표하면서, 퇴근 후 회복을 만드는 요소를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심리적 분리, 이완, 숙달, 통제입니다. 여러 일기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가장 강한 예측력을 보인 것은 첫 번째, 심리적 분리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복이 시간의 양이 아니라 주의의 방향으로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소파에 세 시간을 누워 있어도 머릿속으로 오후 회의를 복기했다면 회복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한 시간짜리 클라이밍이나 도자기 수업이 더 큰 회복을 남길 수 있습니다. 몸과 주의를 동시에 요구하는 활동은 일 생각이 들어올 자리를 물리적으로 없애기 때문입니다.

회복 경험무엇인가취미에서의 예이것이 없을 때
심리적 분리일에서 정신적으로 완전히 떨어지기두 손과 눈이 모두 필요한 활동쉬어도 머릿속은 계속 근무 중
이완각성 수준이 내려가는 상태산책, 스트레칭, 느린 음악몸이 긴장 상태로 굳어 있음
숙달일과 무관한 영역에서 실력이 느는 감각악기, 외국어, 새 운동유능감의 출처가 직장 하나뿐
통제무엇을 언제 할지 내가 정하는 감각내가 고른 시간에 하는 연습여가마저 남의 일정에 끌려감

표에서 셋째 줄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손넨탁의 모델에서 숙달은 이완과 나란히 놓인 별개의 회복 경로입니다. 쉬는 것과 배우는 것이 반대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친 저녁에 새로운 것을 배우러 가는 사람이 더 개운해져서 돌아오는 현상은 게으름의 반대가 아니라 회복의 다른 통로입니다.

한계도 함께 적어 둡니다. 이 분야의 연구는 대부분 자기보고 일기 조사에 기대고 있어서, 분리를 잘해서 회복된 것인지 이미 회복된 사람이 분리를 잘하는 것인지 인과의 방향을 완전히 가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직군과 국가에서 같은 방향의 결과가 반복된다는 점은 무겁게 볼 만합니다.

자아를 한 종목에 몰아 두지 않기

심리학자 퍼트리샤 린빌(Patricia Linville)은 1980년대에 자기 복잡성(self-complexity)이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자신을 구성하는 역할과 영역이 여러 개로 분화되어 있고 서로 독립적일수록, 한 영역에서의 실패가 자기 전체로 번지는 정도가 줄어든다는 가설입니다. 흔한 비유로는 계란과 바구니가 쓰입니다.

이 가설의 근거는 명확하게 정리해 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완충 효과를 지지하는 초기 연구들이 있었지만, 이후 재현 결과는 일관되지 않습니다. 라파엘리모어와 스타인버그(Rafaeli-Mor and Steinberg)의 2002년 리뷰는 자기 복잡성과 심리적 적응의 관계가 예상보다 약하고 조건에 따라 방향이 갈린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검증된 법칙이 아니라 여전히 논쟁 중인 가설로 다루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럼에도 임상 현장의 관찰과 우리의 경험은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직 면접에서 떨어진 주에, 화요일 저녁 합주가 잡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그 주는 다르게 흘러갑니다. 앞의 사람에게는 자신이 여전히 쓸모 있게 기능하는 장면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뒤의 사람에게는 탈락 통보가 자기 전체에 대한 판결처럼 도착합니다.

정체성을 분산한다는 것은 야망을 줄이는 일이 아닙니다. 일에 진심인 사람일수록 필요한 장치에 가깝습니다. 야망이 무너지는 날의 낙폭을 줄여 주는 것, 그리고 그 무너짐 뒤에도 서 있을 바닥을 미리 깔아 두는 것입니다.

어른이 새로 배울 때의 현실 설계

시작을 막는 이유로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을 댑니다. 하지만 조금 더 파고들면 다른 문장이 나옵니다. 이 나이에 초보로 등장하는 것이 창피하다는 문장입니다. 스무 살에게는 아무렇지 않던 일이, 어느 분야에서 유능하다는 평판을 쌓은 사람에게는 훨씬 비싸게 느껴집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와 동료들의 조명 효과 연구입니다. 참가자에게 민망한 인물이 크게 인쇄된 티셔츠를 입히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방에 들어가게 한 뒤, 몇 퍼센트가 티셔츠를 알아봤을 것 같은지 물었습니다. 참가자들의 예상은 평균 46퍼센트였지만, 실제로 알아본 사람은 23퍼센트였습니다. 우리는 남들이 우리를 보는 정도를 두 배쯤 과대평가합니다. 초급반에서 혼자 못하는 것 같은 감각은, 대체로 실제보다 훨씬 크게 부풀려진 자의식입니다.

그다음은 설계의 문제입니다. 어른의 새 배움이 실패하는 패턴은 매번 비슷합니다.

장비는 마지막에

시작 전에 장비부터 갖추는 순간, 투자한 금액이 그만두기의 비용이 됩니다. 즐거워서 계속하는 게 아니라 아까워서 계속하게 되고, 그 상태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첫 3개월은 빌리거나, 중고로 사거나, 클래스에 딸린 것으로 버티는 편이 낫습니다.

주 1회, 같은 요일에 고정

심리학자 페터 골비처(Peter Gollwitzer)가 정리한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의 핵심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를 미리 못 박아 두면 실행률이 크게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나면 하겠다는 계획은 거의 실행되지 않습니다. 수요일 저녁 여덟 시라고 적어 둔 계획은 실행됩니다. 주 3회는 대체로 과욕입니다. 주 1회를 12주 지키는 편이 훨씬 어렵고 훨씬 유용합니다.

3개월 뒤에 평가하되, 실력으로 평가하지 않기

3개월이 지나면 한 번 점검합니다. 단, 질문은 얼마나 늘었는가가 아닙니다. 그 시간에 일 생각이 멈췄는가, 다음 주에도 가고 싶은가, 이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아니라면 미련 없이 다른 것으로 바꾸면 됩니다. 아마추어의 영역에서 종목 변경은 실패가 아니라 탐색입니다.

이번 주에 할 일은 하나입니다. 못해도 상관없는 활동을 하나 고르고, 캘린더에 요일과 시간을 적어 반복 일정으로 걸어 두는 것. 등록도, 장비 구입도, 각오도 그다음입니다.

마치며 — 평가되지 않는 시간의 값

우리는 쓸모를 증명하며 사는 데 익숙합니다. 그래서 아무 쓸모도 증명하지 않는 시간 앞에서 이상하게 불안해집니다. 이 두 시간을 다른 데 썼으면 무언가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늘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의 목록을 적어 보면, 대부분 성과로 환산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잘 못하는 채로 좋아하는 일 하나쯤 남겨 두는 것은 그 목록을 지키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이번 주 어느 저녁 한 칸을, 결과가 남지 않을 일로 채워 보시길 권합니다.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원래 아마추어라는 말은 잘한다는 뜻도, 못한다는 뜻도 아니었으니까요. 사랑해서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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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물었습니다.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입에서 나온 대답은 회사 이야기, 자격증 이야기, 사이드 프로젝트 이야기였습니다. 말을 마치고 나서야 이상한 점을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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