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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ju Kim
- @fjvbn20031
들어가며 — 시작하는 법만 배웠습니다
서점의 자기계발 코너를 훑어보면 대부분이 시작에 관한 책입니다. 습관을 만드는 법, 첫 문장을 쓰는 법, 사업을 여는 법, 관계를 시작하는 법. 반면 끝내는 법에 관한 책은 눈에 띄게 적습니다. 우리 문화에서 끝은 배워야 할 기술이 아니라 그냥 벌어지는 사고 취급을 받습니다.
그런데 실제 삶에서 사람을 오래 붙잡아 두는 문제는 대개 반대편에 있습니다. 이미 마음이 떠난 프로젝트를 3년째 붙잡고 있는 일, 끝난 지 오래인 관계를 형식만 남긴 채 유지하는 일, 그만두겠다고 마음먹고도 통보를 못 해 여섯 달을 흘려보내는 일. 시작하지 못해 낭비한 시간보다 끝내지 못해 낭비한 시간이 훨씬 길다는 사실을, 우리 대부분은 지나고 나서 압니다.
이 글은 끝내는 일을 하나의 기술로 다뤄 봅니다. 언제 끝낼지 판단하는 법, 그리고 이미 끝내기로 한 것을 잘 마무리하는 법은 서로 다른 두 기술이고, 둘 다 배울 수 있는 것들입니다.
끝내지 못하게 만드는 것 — 매몰비용
경제학이 오래전부터 말해 온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이미 써 버려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은 앞으로의 결정에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논리는 명쾌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이 원칙을 거의 지키지 못합니다.
할 아케스(Hal Arkes)와 캐서린 블루머(Catherine Blumer)의 1985년 연구가 이 현상을 깔끔하게 보여 줍니다. 연구진은 대학 극장의 시즌 티켓을 사러 온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서로 다른 할인을 적용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가를, 어떤 사람은 큰 폭의 할인가를 냈습니다. 무작위 배정이었으므로 두 집단의 연극에 대한 애정은 같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시즌 전반부에 실제로 공연장을 찾은 횟수는 정가를 낸 사람들이 뚜렷하게 많았습니다. 돈을 더 많이 낸 사실 자체가 이후의 행동을 바꾼 것입니다.
같은 구조가 훨씬 큰 규모로 삶에서 작동합니다. 3년을 쏟은 프로젝트, 7년을 다닌 회사, 10년을 이어 온 관계. 시간이 길수록 지금까지 쓴 것이 아까워지고, 아까움은 앞으로의 계산을 밀어냅니다. 여기에 자기 정당화가 얹힙니다. 그만두면 그동안의 나를 부정하는 것 같아서, 우리는 판단이 아니라 방어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각오가 아니라 질문의 교체입니다. 1985년 인텔의 앤디 그로브(Andy Grove)와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메모리 사업의 적자를 놓고 몇 달째 결론을 내지 못하던 때, 그로브가 던진 질문이 유명합니다. 우리가 쫓겨나고 이사회가 새 경영자를 데려온다면, 그 사람은 무엇을 할 것 같으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무어의 답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메모리 사업에서 나갈 것이라고요. 그러자 그로브가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문을 나갔다 다시 들어와서 그 일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이 질문을 개인의 크기로 줄이면 이렇게 됩니다. 지금 아무것도 투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일을 처음 만난다면, 나는 이것을 시작할 것인가. 답이 명백히 아니라면, 지금 붙잡고 있는 이유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에 있습니다.
포기가 전략일 때 — 애니 듀크와 그릿 사이
프로 포커 선수 출신의 의사결정 연구자 애니 듀크(Annie Duke)는 그만두기를 정면으로 다룬 사람입니다. 그의 논지에서 가장 유용한 문장은 이것입니다. 제때 그만두는 것은 거의 언제나 너무 일찍 그만두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 상황이 누가 봐도 명백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값비싼 시간을 다 쓴 뒤라는 뜻입니다.
듀크가 제안하는 장치는 중단 기준입니다. 판단이 뜨거워지기 전에, 즉 시작하는 시점에 그만둘 조건을 미리 적어 두는 것입니다. 등반가들이 정상까지 남은 거리와 무관하게 특정 시각이 되면 하산하기로 정해 두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정상을 눈앞에 둔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판단을 미리 해 두는 것입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긴장이 생깁니다.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의 그릿 연구는 지난 10년간 정반대 방향의 메시지를 대중화했습니다. 장기 목표를 향한 열정과 끈기가 성취를 예측한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두 주장은 충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균형 있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그릿 연구의 예측력은 초기 대중화 과정에서 다소 부풀려진 면이 있습니다. 크레데(Marcus Credé) 연구팀이 2017년에 88개 표본, 6만 명이 넘는 참가자를 종합한 메타분석은, 그릿과 성과의 상관이 기대만큼 크지 않고 그릿의 예측력 대부분이 성실성이라는 기존 성격 특성과 겹친다고 보고했습니다. 한편 더크워스 자신도 그릿이 모든 것을 붙잡고 버티라는 뜻은 아니라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의 구분은 목표의 층위에 있습니다. 최상위 목표는 오래 유지하되, 그것에 이르는 하위 수단은 얼마든지 갈아 치워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이야기는 이렇게 합쳐집니다. 버텨야 할 것은 목적지이고, 갈아탈 수 있는 것은 경로입니다. 지금 그만두려는 것이 나의 방향인지 아니면 그 방향으로 가던 한 가지 방법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목표보다 시스템 편의 관점으로 보면, 갈아타야 할 것은 대개 시스템이지 방향이 아닙니다.
판단이 어려울 때 쓸 수 있는 점검표를 정리했습니다.
| 점검 항목 | 계속을 가리키는 신호 | 중단을 가리키는 신호 |
|---|---|---|
| 근거의 시제 | 앞으로 얻을 것을 말하게 됨 | 지금까지 쓴 것을 말하게 됨 |
| 개선 속도 | 최근 3개월에 나아진 지점을 댈 수 있음 | 나아진 사례가 1년 전 이야기 |
| 감정의 성질 | 힘들지만 다음 단계가 궁금함 |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반복됨 |
| 기회비용 | 못 하고 있는 다른 일이 떠오르지 않음 | 하고 싶은 다른 일이 계속 떠오름 |
| 새로 시작 질문 | 지금 처음이라도 시작하겠다 | 지금이라면 시작하지 않겠다 |
오른쪽 칸에 세 개 이상 표시된다면, 필요한 것은 더 버틸 의지가 아니라 잘 끝낼 계획입니다.
마지막 장면이 전체를 물들입니다
끝내기로 했다면, 그다음 질문은 어떻게 끝내느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심리학이 아주 실용적인 근거를 하나 제공합니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연구팀은 1990년대에 사람들이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여러 실험으로 조사했습니다. 유명한 것은 대장내시경 연구입니다. 레델마이어(Donald Redelmeier)와 카너먼은 검사 중인 환자들에게 1분 간격으로 통증을 보고하게 하고, 검사가 끝난 뒤 전체 경험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기억된 불쾌함은 통증의 총량이나 검사 시간과 거의 무관했습니다. 대신 가장 아팠던 순간과 마지막 순간의 통증이 기억을 결정했습니다. 실제로 검사 마지막에 통증이 약한 시간을 조금 더 붙인 환자들은, 총 고통의 양이 더 많았는데도 검사를 덜 괴로운 것으로 기억했습니다.
이것이 피크엔드 법칙입니다. 우리는 경험을 평균으로 기억하지 않고, 정점과 끝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끝내기에 관한 아주 구체적인 지침을 줍니다. 마지막 2주에 쓰는 에너지는 지난 3년 전체의 기억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프로젝트라도 마지막 장면이 다르면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인수인계 없이 사라진 3년과, 문서를 정리하고 마지막 회고를 남기고 나온 3년은 훗날 완전히 다르게 회상됩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았던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마지막 한 달이 폭력적이었다면 기억은 그 색으로 덮입니다. 반대로, 헤어짐 자체가 아프더라도 마지막 대화가 정중했다면 그 관계 전체가 회수 가능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 지점에서 흔한 오해를 하나 짚어야겠습니다. 잘 끝낸다는 것은 좋게 포장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억지로 웃으며 헤어지자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사실을 정확히 말하되 마지막 자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어차피 떠날 곳이라고 마지막 2주를 대충 보내는 선택은, 상대에게 손해를 입히기 전에 내 기억을 먼저 손상시킵니다.
잘 끝난 일들의 공통점 세 가지
잘 마무리된 프로젝트, 잘 정리된 관계, 잘 떠난 직장에는 형태가 달라도 반복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명시적인 종료 선언입니다. 흐지부지 사라진 일은 끝난 것이 아니라 미완으로 남습니다. 팀에서 어떤 시도를 접기로 했다면 조용히 백로그에서 지우는 대신, 이 실험은 여기서 종료한다고 말하고 그 이유를 한 단락으로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관계에서도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방식은 편하지만, 남은 사람에게 몇 년치의 물음표를 남깁니다.
둘째, 인수인계입니다. 내가 떠난 뒤에도 남을 사람들이 있다면, 내 머릿속에만 있던 것들을 꺼내 놓는 일이 마지막 업무입니다. 문서 한 장, 접근 권한 목록,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 세 가지. 이 작업은 남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떠나는 사람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인수인계를 마친 사람은 그 일을 머릿속에서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셋째, 감사의 표현입니다. 나쁘게 끝나는 일일수록 이 부분이 어렵고, 그래서 효과가 큽니다. 모든 것에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도움이 되었던 구체적인 한 가지를 지목하면 충분합니다. 이름을 부르고, 그 사람이 해 준 일을 특정하고, 그것이 나에게 무엇이었는지 한 문장으로 말하는 것. 이 30초가 몇 년 뒤 이 시기를 떠올리는 방식을 바꿉니다.
세 가지 모두 상대를 위한 예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기억을 관리하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앞 절의 피크엔드 법칙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애도에도 일정이 필요합니다
끝은 판단과 실행만으로 완결되지 않습니다. 옳은 결정이었더라도 상실감은 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대개 이 부분을 일정에 넣지 않습니다. 금요일에 마지막 출근을 하고 월요일에 새 일을 시작하는 식으로, 슬픔이 들어올 틈 없이 일정을 붙여 둡니다.
심리학자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과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는 2014년에 상실 이후의 의례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사별이든 이별이든, 짧고 형식적인 의례를 수행한 사람들이 통제감을 더 회복하고 슬픔을 덜 보고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의례의 내용이 무엇이든 상관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편지를 쓰고 봉하는 일, 물건을 정리하는 일, 특정 장소에 다녀오는 일. 형식 자체가 마음에 신호를 준 셈입니다.
그러니 끝이 정해졌다면 캘린더에 두 칸을 만들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첫 칸은 정리의 시간입니다. 관련 파일과 물건, 대화방과 사진을 한 번에 정리하는 두 시간짜리 블록. 둘째 칸은 아무 계획 없는 시간입니다. 마지막 날 다음의 하루나 이틀을 비워 두는 것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아모르 파티 편에서 이야기했듯,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 일을 좋아하는 것과 다릅니다. 끝난 일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없었던 일이 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내 이야기의 한 장으로 배치하는 일입니다. 애도는 그 배치에 걸리는 시간입니다.
끝을 다음의 첫 문장으로 — 회고와 미완의 목록
마지막 단계는 기록입니다. 끝난 일을 언어로 정리해 두면 두 가지가 생깁니다. 다음 시작에 쓸 재료와, 머릿속을 비울 권한입니다.
블루마 자이가르닉(Bluma Zeigarnik)이 1927년에 보고한 현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완료한 과제보다 중단된 과제를 더 잘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이 효과의 재현 결과는 조건에 따라 엇갈려서 강한 법칙으로 다루기는 어렵지만, 이어지는 연구들은 더 실용적인 답을 내놓았습니다. 마시캄포(E. J. Masicampo)와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2011년 연구에서, 완료하지 못한 목표가 다른 일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지만 그 목표를 언제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계획으로 적어 두는 것만으로 방해가 사라졌다고 보고했습니다. 실제로 실행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이 결과가 알려 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끝나지 않은 일 자체가 아니라, 처리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 권하고 싶은 실천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끝난 일에 대한 열 줄짜리 회고입니다. 형식은 네 문장이면 충분합니다. 무엇을 하려 했는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다시 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그리고 여기서 얻어 가는 것 한 가지는 무엇인가. 마지막 문장이 중요합니다. 그 한 줄이 다음 시작의 첫 문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미완의 목록 정리입니다. 종이 한 장을 꺼내 시작만 해 두고 끝내지 못한 것들을 전부 적습니다. 다 읽지 않은 책, 멈춘 사이드 프로젝트, 답장하지 않은 메시지, 배우다 만 것들. 그리고 각 항목 옆에 셋 중 하나를 적습니다. 이번 달에 마무리한다, 날짜를 정해 다시 시작한다, 여기서 공식적으로 종료한다. 세 번째 표시가 가장 많이 나올 것이고, 그래도 됩니다. 목록의 목적은 완수가 아니라 미결 상태의 해소입니다.
마치며 — 잘 끝낸 것만이 온전히 내 것이 됩니다
끝내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실은 하나입니다. 끝을 실패의 증거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끝을 미루고, 미루는 동안 그 일은 우리에게서 계속 무언가를 가져갑니다. 시간, 주의, 그리고 다른 것을 시작할 자리를요.
하지만 잘 끝난 일은 실패가 아니라 완결된 한 장입니다. 완결된 장은 다시 펼쳐 읽을 수 있고, 인용할 수 있고, 다음 장의 근거가 됩니다. 반면 흐지부지 남겨진 일들은 몇 년이 지나도 마음 한쪽에서 계속 전력을 소모합니다.
이번 주에 한 가지만 해 보시길 권합니다. 오래 미뤄 둔 것 하나를 골라, 여기서 끝났다고 소리 내어 말하고 네 문장짜리 회고를 적는 것. 그것이 다음에 시작할 무언가를 위해 지금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