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uth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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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ju Kim
- @fjvbn20031
- 연어는 왜 죽을 줄 알면서도 거슬러 오르는가
- 지구의 자기장으로 길을 찾다: 후각 각인 연구
- 회복탄력성이란 무엇인가: 프랑스어에서 찾은 어원
- 역경(逆境): 뒤집힌 환경 속의 개발자
- 연어의 죽음이 숲을 먹인다: 고난의 양분
-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5가지 실천법
- 마치며: 당신의 강으로 돌아오라
- 참고 자료
연어는 왜 죽을 줄 알면서도 거슬러 오르는가
매년 가을,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강들은 놀라운 광경으로 가득 찬다. 치누크 연어(Chinook salmon)들이 태평양 바다로부터 무려 3,200킬로미터를 거슬러 오른다. 쿠스코킴 강, 유콘 강, 프레이저 강—이름도 낯선 강들을 향해 연어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헤엄친다.
이 여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모 그 자체다. 연어는 강을 오르는 동안 체중의 40%를 잃는다. 피부는 붉게 변하고 뼈가 드러난다.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도중 곰에게 낚아채이기도 하고, 독수리에게 채여 가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태어난 곳의 자갈 위에 알을 낳은 뒤, 연어는 그 자리에서 죽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연어의 죽은 몸은 강가의 숲으로 흘러들어간다. 질소와 인, 오메가-3 지방산이 토양 속으로 스며들어 나무를 키운다. 연어 한 마리가 죽음으로써 강 유역 반경 500미터 숲의 생태계를 먹인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해양 유래 영양소(Marine-derived nutrients, MDN)**라고 부른다.
연어는 죽기 위해 오르는 게 아니다. 다음 세대의 숲을 위해 오른다.
지구의 자기장으로 길을 찾다: 후각 각인 연구
연어가 어떻게 수천 킬로미터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정확히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지,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다. 1954년 위스비와 해슬러(Wisby & Hasler)의 연구가 그 비밀을 처음으로 밝혔다. 연어는 부화할 때 강물의 화학적 냄새를 뇌에 각인(olfactory imprinting)시킨다. 어른이 된 연어는 수십억 분의 일 농도의 냄새 차이를 감지하며, 그 기억을 따라 고향을 찾아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어는 지구의 자기장을 나침반처럼 사용한다. 자기장의 세기와 기울기를 느껴 위도와 경도를 파악하고, 바다 한가운데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도, 폭풍 속에서도.
홍연어(Sockeye salmon)는 더 놀랍다. 강물로 들어설 때 눈의 광수용체가 바뀐다. 바다의 파란 빛을 보던 눈이 강물의 녹색 빛을 보는 눈으로 리셋된다. 환경이 바뀌면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다.
개발자인 우리도 묻게 된다. 나는 나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는가? 내가 태어난 강—처음 코딩에 빠졌던 그 순간, 처음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의 설렘—을 나는 지금도 나침반으로 삼고 있는가?
회복탄력성이란 무엇인가: 프랑스어에서 찾은 어원
심리학자 카렌 레이비치(Karen Reivich)와 앤드루 샤테(Andrew Shatté)는 2002년 출간한 『The Resilience Factor』에서 회복탄력성을 이렇게 정의한다:
"Resilience is the ability to persevere and adapt when things go awry."
단순히 '다시 일어서는 것'이 아니다. 적응하며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이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resilire—'다시 튀어 오르다(to spring back)'에서 왔다. 프랑스의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보리스 시룰니크(Boris Cyrulnik)는 20세기 후반 유럽 심리학계에서 회복탄력성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부모를 잃은 전쟁 고아였던 그가 직접 경험으로 증명한 것은:
"상처는 운명이 아니다. 상처받은 사람도 꽃을 피울 수 있다."
벨기에 속담 하나가 그의 연구를 관통한다.
"Le pire n'est pas toujours certain." (최악이 항상 확실한 것은 아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위안이 아니다. 인지 과학적으로 보면, 뇌는 부정적 시나리오를 과대 평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부정 편향, negativity bias). 최악을 상상할 때 우리 뇌가 실제보다 훨씬 그 가능성을 크게 느끼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의 최악은 우리가 상상하는 최악보다 훨씬 드물다.
역경(逆境): 뒤집힌 환경 속의 개발자
일본어로 역경은 逆境(gyakkyo)—'뒤집힌 환경'이다.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처한 상황 그 자체다. 물살이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것. 세상이 내 의도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개발자의 삶에도 逆境이 있다.
스타트업이 폐업했다. 3년을 쏟아부은 프로젝트가 하루아침에 취소됐다. 대기업에서 레이오프 통보를 받았다. 기술 인터뷰에서 계속 떨어진다. 내가 만든 서비스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때 우리는 연어가 된다. 거슬러 오르거나, 흘러내려가거나.
한 개발자의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어느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는 자신이 5년간 일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 실패로 문을 닫는 걸 경험했다. 그는 실업급여를 받으며 6개월을 방황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오래전 관심만 가지고 있던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를 시작했다. 1년 후 그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메인테이너가 된 그는, 전 세계 수십만 명이 사용하는 라이브러리를 관리하게 됐다. 폐업이 없었다면, 그 문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연어의 죽음이 숲을 먹인다: 고난의 양분
연어가 산란 후 죽음으로써 강가의 나무가 자란다. 이 생태학적 사실은 무겁고도 아름다운 은유다.
우리가 실패하며 배운 것들, 우리가 고통받으며 쌓은 이해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주변 사람에게, 우리가 남긴 코드에, 우리가 쓴 블로그 글에, 우리가 멘토링한 주니어 개발자에게 스며든다. 연어의 몸이 숲을 먹이듯, 우리의 역경은 어딘가의 양분이 된다.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이렇게 말했다.
"The first principle is that you must not fool yourself—and you are the easiest person to fool."
그리고 그 자기 기만의 가장 흔한 형태는 이것이다: "이 실패는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연어에게 물어보면 답이 다를 것이다.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5가지 실천법
레이비치와 샤테의 CBT 기반 회복탄력성 연구, 시룰니크의 임상 연구, 그리고 긍정 심리학의 성과를 종합하면 다음 다섯 가지 실천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1. 인지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
"이 일이 왜 일어났는가"를 다시 프레이밍하는 연습이다. "프로젝트가 실패했다" → "나는 실패를 통해 제품 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찾는 법을 배웠다." 뇌는 서사를 만들어야 앞으로 나아간다. 서사의 틀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연습이 핵심이다.
매일 밤 이 질문을 써보자: "오늘 힘들었던 일에서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2.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기
연어는 폭포를 없앨 수 없다. 하지만 폭포를 어떻게 오를지는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시장, 타인, 기술 트렌드)에 에너지를 쏟는 것은 강을 흘러내려가는 것과 같다.
에픽테토스의 말을 개발자 언어로 번역하면: "배포 결과는 통제 못 한다. 코드의 품질은 통제할 수 있다."
3. 연결(Connection): 혼자 오르지 않는다
연어는 무리 지어 회유한다. 포식자에게 잡힐 확률을 줄이고, 앞선 연어들이 물길을 열어 다음 연어들이 더 수월하게 오른다. 심리학적으로 사회적 지지는 회복탄력성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 중 하나다.
역경을 혼자 감당하려는 경향이 있다면, 이것만 기억하자: 연어도 혼자 오르지 않는다. 개발자 커뮤니티, 스터디 그룹,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는 동료 한 명이 폭포를 오를 힘이 된다.
4. 작은 이정표 만들기
3,200킬로미터는 한 번에 헤엄칠 수 없다. 하지만 오늘의 100킬로미터는 헤엄칠 수 있다. 큰 역경 앞에서 자주 무너지는 이유는 목표가 너무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프린트 단위로 생각하라. 이번 주 내가 완수할 수 있는 한 가지. 이번 달 내가 배울 수 있는 한 가지 기술. 작은 성공의 경험이 뇌에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그 도파민이 다음 오르막을 오를 연료가 된다.
5. 목적의식(Purpose) 재발견
연어가 죽을 줄 알면서 오르는 이유는 번식, 즉 다음 세대를 위해서다. 인간에게도 목적의식은 고통을 견디게 하는 가장 강력한 연료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이것을 확인했다.
"He who has a why to live can bear almost any how."
지금 힘든 프로젝트 한가운데 있다면 물어보라: "내가 이것을 완성하면 누가 도움을 받는가? 이 코드는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인가?" 목적이 명확해질 때, 거슬러 오르는 힘도 명확해진다.
마치며: 당신의 강으로 돌아오라
연어는 바다에서 몇 년을 산다. 자유롭고, 풍요롭고, 아무것도 거슬러 오르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안에 각인된 냄새를 따라 돌아온다.
당신이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의 그 냄새를 기억하는가? 처음 코드가 작동했을 때의 그 순간, 처음 아무도 써주지 않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새벽까지 만들던 그 감각. 그것이 당신의 고향 강이다.
역경은 강의 물살이다. 물살이 없다면 연어는 근육을 키우지 못한다. 역경이 없다면 우리는 깊어지지 못한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의 여정이 끝날 때, 그 여정 전체가—실패도, 눈물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누군가의 숲을 먹이고 있을 것이다.
거슬러 오르라. 당신의 강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참고 자료
- Wisby, W. J., & Hasler, A. D. (1954). Effect of olfactory occlusion on migrating silver salmon. Journal of the Fisheries Research Board of Canada, 11(4), 472–478.
- Reivich, K., & Shatté, A. (2002). The Resilience Factor. Broadway Books.
- Cyrulnik, B. (2001). Les vilains petits canards. Odile Jacob.
- Frankl, V. E. (1946). Man's Search for Meaning. Beacon Press.
- Dempson, J. B., & Schwarz, C. J. (1994). Atlantic salmon in Ungava Bay. North American Journal of Fisheries Management, 14(1), 23–36.